서훈 '사건 은폐' 지시에 비서관들 “이게 덮을 일이야? 뒷감당 어쩌려고”

입력 2023-01-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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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왼쪽부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보안유지 지시에 안보실의 일부 비서관들이 “이거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본지가 입수한 서 전 실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사건 다음날 비서관 회의를 주재해 “서해에서 실종됐던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 측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돼 남북관계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비서관들은 보안유지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로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유지를 지시했다.

이에 비서관들이 “어차피 공개될 텐데 바로 피격 사실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서 전 실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비서관들에게 사건을 은폐하도록 했다.

회의 직후 비서관들은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등의 말을 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내용을 매일 아침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문서에 포함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초안에 기재돼 있던 사건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사건 내용을 일부라도 인지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양경찰청 및 해양수산부 등 안보관계 기관들은 해당 기관장을 통해 각 기관 관계자들에게 위와 같은 서 전 실장의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한 철저한 보안유지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가 조직적으로 실행됐다”고 적었다.

확인되지 않은 근거를 내세워 자진 월북으로 조작했고, 자진 월북의 근거로 내세운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앞서 서 전 실장은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2일 새벽,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고, 박지원 국정원장과 서욱 국방부장관 등 관계 기관장들에게 이와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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