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건강해야 할 연령대라 할 수 있는 20~30대도 마찬가지다. 한번은 20대가 자기는 디스크가 있다고 했다. 의아해서 증상을 물어보니 딱히 디스크라고 할 정도가 아니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디스크는 주로 나이든 사람에게서 오는 거라고 했지만 한사코 디스크라고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흔한 건강문제가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비만, 고지혈증, 위장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관절 질환이다. 불면증, 정서장애처럼 심리적인 문제 또한 적지 않았다. 소아 환자들도 그렇다. 나을 만하면 다시 도지고 나을 만하면 다시 도져 의사를 맥 빠지게 하거나, “이제 다 나았으니 오지 마세요” 하고 보냈는데 몇 주 있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더니 또 아프다며 푸념을 하면서 오는 엄마들도 많다. 그러면 난 환절기라서, 면역력이 약해서, 잘 먹지를 않아서 그렇다는 둥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갖다 대곤 한다.
“질병은 삶을 따라다니는 그늘, 삶이 건네준 성가신 선물”이라는 수전 손택의 말을 떠올려 본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햇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이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 건강과 질병은 서로 붙어 있어 결코 뗄 수 없는 앞뒤가 아닌가 싶다. 수전 손택은 “사람들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이 두 왕국의 시민권을 갖고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예방접종과 환자 처방을 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새해는 코로나도 싹 없어지고 사람들이 질병의 왕국에도 잘 가지 않아, 거기에 있는 의사들이 할 일 없이 놀고 있기를 바라 본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