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일본은행 장기금리 인상의 영향

입력 2023-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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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 경제 이야기를 할까 한다.

한국에서도 보도가 되었는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이 지난해 12월 장기금리 변동 폭을 최대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 조치를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자 10년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 종료의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해 12월 26일 “금융완화 출구전략의 첫걸음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라는 견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금리 전체를 낮게 유지하는 틀은 바꾸지 않는다”며 “금융완화로 경제를 지탱하여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렇지만 그 후 일본의 각종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해 금융정책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그동안 BOJ는 장기금리 상한을 0.25%로 정해 놓고 시장에서 장기금리가 0.25%를 넘을 때면 지정한 금리로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하면서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했다. 이에 시장이 지난달 결정에 상당히 놀랐다고 전해진다. 이번 장기금리 인상은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BOJ가 판단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번 장기금리 인상으로 일본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우선 기업의 자금조달 악화다. 지난해 9월쯤부터 엔저에 의한 물가고로 기업들의 도산이나 폐업이 증가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도산, 폐업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많은 일본 기업들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무이자, 무담보 대출을 받았다. 무이자, 무담보 대출은 코로나19 대책으로 2020년 3월부터 일본 정부가 주도해서 시작한 기업 지원정책인데 무이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자 부담을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이자, 무담보 대출을 일본에서는 ‘제로제로 융자’라고 하는데 2022년 말 종료됐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기업들이 급증할 것이다. 결국 일본 기업들의 경영 요건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2021년 말 기준으로 일본에서는 좀비기업이 18만8000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데이코쿠데이터뱅크 통계치인데 일본 전체 약 147만 개사 중 12.8%에 해당된다. 일본에서 약 8개사 중 하나가 좀비기업인 셈이다. 좀비기업이란 순이익보다 상환해야 할 이자부담이 많은 회사를 지칭하는 말이고 원래 도산이나 폐업해야 하는데 정부 지원으로 겨우 살아 남은 회사를 지칭해서 그렇게 말한다. 종업원이 300명 이하인 중소기업들이 좀비기업 중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무이자, 무담보 대출이 끝났기 때문에 올해 이와 같은 좀비기업이 줄도산, 줄폐업할 우려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장기금리 인상 다음 단계로 BOJ가 마이너스 금리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서 시중에 나오는 돈이 감소되므로 결국 BOJ가 금융긴축으로 움직이는 결과가 된다. BOJ는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는데 올해 4월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만료된다. 향후 누가 총재가 되느냐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 정책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지난 연말의 장기금리 인상은 일반 일본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일본인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보통 10~35년에 걸쳐서 상환할 수 있는 시중은행의 주택론을 이용한다. 그럴 때 일본인들은 가장 저렴한 금리 상품을 선택하기 마련인데 그런 저렴한 금리는 현재 모두 변동금리로 돼 있다. 일본인들이 주택론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80% 이상이라고 한다.

다만 주택론의 고정금리는 장기금리와 연동되어 있으나 변동금리는 단기금리와 연동되어 있다. 그러므로 주택론으로 변동금리를 선택한 많은 일본인이 이번 장기금리 인상으로 갑자기 고민이 많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각종 금리가 달라지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올해 마이너스 금리가 폐지된다면 전체적으로 각종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변동금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지속 여부는 일본 가계에도 큰 영향을 준다. 낮은 변동금리에 주택을 구입할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비싼 주택을 구입한 일본인이 많아 변동금리가 인상된다면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예금금리도 올라 이자 수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점에서도 유리한 게 거의 없다. 이번 장기금리 인상이 예금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일본 대형은행의 정기예금 이자는 거의 일률적으로 0.002%다. 1년간 1000만 엔(약 9700만 원)을 맡겨도 이자는 200엔이고 세금을 제하면 160엔 정도다. 이자로 라면 한 그릇도 먹을 수 없는 게 일본 시중은행 예금의 현실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높여도 일본은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는 사람이 많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본 시중은행은 이자를 올리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과 일본의 사정이 많이 다른 것이다.

기업의 경영 상태가 악화하고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많은 일본인들은 ‘경제를 모르는 인물이 총리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기시다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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