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구제책 없는 빌라왕 사건…피해자 ‘보증금' 구할 방법은?

입력 2023-01-11 17:22 수정 2023-01-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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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딴 소리나 듣자고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제 전 재산이 걸렸다구요”

속칭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여성 참석자의 외침과 정부의 침묵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관통한다. 1139가구, 총 보증금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이를 직접 구제할 방법이 없다. 정부로선 관련 절차를 빨리 진행해 전세보증보험 집행을 서두르거나 경매 집행을 서두르는 게 최선이다. 피해 보전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 유형별 대처법과 해결책을 살펴보고, 정책 보완점을 살펴봤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정부는 지난달 22일과 전날 두 차례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진행했지만, 피해자 보증금 보전 등 직접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전세는 개인 간 사금융 거래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정부가 법적으로 개입해 피해를 보전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일당의 부당이익 환수도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이원재 국토부 차관은 전날 “부당이익 환수는 경찰 수사 협조를 통해 부동산 거래와 자산 현황 자료를 제공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하면 (환수 절차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결국 정부 대응책은 피해자 간접 지원에 한정된다. 정부는 피해자를 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로 나눠 ‘투 트랙’ 대응에 나선다. 주요 지원책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저리 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연장, 보증보험 및 경매 절차 조기 집행 등이다.

보험 가입자는 보증보험을 신속히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빌라왕 사건에서 HUG 보증보험 가입자는 54% 수준이다. 핵심은 김 씨 사망을 이유로 보증이행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망한 김 씨 부모는 세금 문제 등을 이유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존에는 임대인이 사망하면 임차권등기를 위해 상속인이 확정돼야만 보증 집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HUG는 이날부터 사전심사제를 도입해 상속인 미확정 시에도 ‘현순위 상속인’ 전원을 대상으로 임차권등기 후 보증이행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보증이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지원팀장은 “보증가입자의 보증금 반환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상속인 확정 전 임차권등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법원과 법무부와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보증보험 미가입자다. 이들은 경매개시신청을 통해 해당 주택을 강제 집행하고 보증금을 회수해야 한다. HUG에 따르면 보증 미가입자는 계약 종료 통지 전 임대인 사망 시 ‘현순위 상속인 전원’에 계약 해지를 알리는 내용 증명 등을 전달해야 한다. 이후 상속인을 대상으로 지급명령이나 소송 등을 신청하고, 경매개시 후 강제집행을 통해 보증금채권을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세사기범이 신축 빌라(연립‧다세대) 시세 파악이 어려운 점과 과거 계약 당시 HUG가 신축 빌라 공시가격의 150%(현행 140%)까지 보증하는 점을 악용해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높여 받았다는 점은 난제로 꼽힌다. 이 경우 경매를 집행해 시세 수준으로 낙찰받더라도 은행 선순위 채권과 세금 체납액을 제외하면 피해자는 보증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고육지책으로 이들 피해자들은 금융지원 혜택을 받는데, 기존에 받은 전세자금대출은 만기 연장을 최대 8개월까지 시행한다. 보증보험 미가입자는 신규 임차자금 명목으로 우리은행을 통해 최저 1.2%로 최장 10년, 가구당 1억6000만 원(보증금 80% 이내)을 지원받을 수 있다.

결국 전세와 전세보증보험 등 제도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선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세 계약 후 계약서를 HUG에 제출해야만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사후 보증 체계인데, 이를 수정해 계약 이전에도 물건별로 얼마까지 보증받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사전적 보증 체계로 바꿔 전세보증금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또 기존 신축 빌라는 HUG에서 시세의 140%까지 보증해 주는데, 이를 120% 혹은 그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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