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2조6000억 원 감소한 1058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첫 감소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줄지 않았던 가계대출의 최초 디레버리지(차입 축소) 사례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20조 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2조8000억 원 급감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 발표에서도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8조7000억 원 감소했다. 역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첫 감소 기록이다. 주담대는 27조 원 늘었으나, 증가폭은 전년 대비 축소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5조6000억 원이 줄었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고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업권별로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은행권의 경우 주담대는 집단대출(9조4000억 원)과 전세대출(8조4000억 원) 등을 중심으로 20조 원 늘었지만 증가폭이 전년(56조9000억 원)보다 축소했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이 18조8000억 원 줄어들며 총 22조8000억 원 감소했다.
2금융권에서는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이 10조6000억 원, 여신전문금융사는 1조3000억 원 줄었다. 반면 보험업권(3조7000억 원)과 저축은행(2조3000억 원)은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이 줄은 반면, 은행의 수신(예금·작년 12월말 잔액 2243조5000억 원)은 지난해 107조4000억 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200조1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20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기업대출도 늘었다. 지난해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170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조6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107조4000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12월만 따로 보면, 기업대출은 9조4000억 원이 줄었다.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고려해 상환에 나선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6조1000억 원, 중소기업에서 3조3000억 원이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도 높아진 금리 수준과 함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서 가계대출은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기업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