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의 농사직설(農事直說)] 2023년 계묘년(癸卯年), 농업·농촌을 둘러싼 핵심 이슈

입력 2023-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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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원장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할 때면 누구나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기관의 2023년 경제전망은 안타깝게도 ‘복합위기’, ‘불확실성 증가’ 등 비관적 단어 일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는 대한민국 농업과 농촌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선진형 농정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길 기대하며, 올해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핵심 이슈를 살펴보자.

우선 농업의 높은 생산비와 낮은 수익성 문제이다. 지난해에 이어 비료, 사료, 비닐, 노임 등 농자재와 인건비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경기침체로 인한 농산물 수요 정체로 가격은 생산비 증가만큼 오를 가능성이 낮다. 애써 키운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친다면 농가의 지속적 영농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농업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 정부는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줄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생산성 높은 영농방법과 수익성 높은 유망품목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은 농촌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업인력의 부족 문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농업인력의 부족 현상은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더 악화할 경우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기반 자체가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농업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를 개선하고, 62%에 머물고 있는 밭농업 기계화율을 제고하며, 노동 절감형 스마트 농업 확산을 통해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중심으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쌀 가격이 전년 대비 20% 이상 폭락하면서 정부·여당(국민의 힘)과 야당(더불어민주당) 간 구조적 공급과잉 해소 대책과 관련하여 극심한 의견대립이 지속 중이다. 특히 다수당인 야당이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함으로써 이와 관련하여 정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야당 중심으로 마련된 개정안의 핵심은 쌀 초과생산량이 3%를 넘거나 가격이 5% 이상 하락하면 시장격리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쌀 수급 및 가격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시장격리 의무제를 시행할 경우 오히려 쌀 재배면적이 줄지 않을 뿐 아니라 재정만 낭비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른 시일 내 정부와 정치권은 보다 객관적인 분석에 근거한 법령개정으로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한국 농업의 근간인 쌀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이 요청된다.

다행히 2023년 농업부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기회 요인도 있다. 우선 ‘고향사랑기부금제’가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연간 500만 원 이내에서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제도다.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이 주어진다. 이 제도는 인구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2008년부터 일본에서 시행되어 성공적으로 정착된 제도로 농촌지역 활력 유지와 농민복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행 첫해이지만 일본과 같이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 속에 잘만 정착된다면 농민소득 증대뿐 아니라 농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제정법안임에도 여야 간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되어 2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인구감소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은 현재 인프라가 부족해 생활 여건이 불편하고, 쾌적한 환경과 농촌다움을 보전·활용하는 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법률에 근거하여 정부가 농촌공간 계획을 재구조화하고, 재생지원에 필요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면 농촌이 일터·삶터·쉼터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고, 농촌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고도 했다. 올해를 상징하는 토끼는 큰 귀로 주변의 소리를 잘 듣는 동물로 지혜와 번영을 상징한다. 우리 모두 농업과 농촌의 어려움에 귀를 열고 경청하며, 함께 뜻과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 농업·농촌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세계로부터 선망받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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