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만류에 쌀 적정생산 대책 연기…尹 양곡관리법 협상 염두

입력 2023-01-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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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적정생산 대책 발표, 2월로 한 달 미뤄져
대통령실 "필요 정책들 묶어 발표하라는 의견 전달"
농림부 "타작물 재배 위한 지자체·농민단체 추가 협의"
野 양곡관리법 개정 시 재정부담에 쌀 생산 목표 변동 불가피
이 와중 대책 내놓으면 尹 거부권 기정사실화 돼 미룬 듯
대통령실 "농가·야당 설득 집중"…그럼에도 개정되면 거부권 전망

▲지난해 9월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쌀 적정생산 대책이 용산 대통령실의 만류로 1개월 미뤄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쌀 의무매입 양곡관리법 개정 협상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농림부는 쌀 적정생산 대책으로 논콩 등 타작물을 재배토록 올해 시행되는 전략작물직불제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출입기자단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설정한 보도자료도 배포했다가 내달로 발표를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초 내려 했던 게 전략작물직불제에 따라서 다른 작물을 재배토록 유도하는 내용이던데, 그것 하나만으로 쌀 적정생산 대책이라고 발표하기보단 쌀 수급·농가소득·농지관리 등 필요한 정책들을 다 묶어 발표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농림부에 전달했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대통령실의 조언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종합적으로 대책을 발표한다는 대통령실 측 설명과 궤를 같이 하는 입장을 냈다. 농림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년 쌀 적정생산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방자치단체, 농민단체 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협의를 좀 더 할 필요가 있어 2월로 미룬 것”이라며 “쌀 말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종자를 준비하고 어디에 심을지 정하는 등 사전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합대책을 발표키 위한 준비라는 설명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양곡관리법 개정 가능성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현재 설정한 쌀 적정생산 목표는 양곡관리법이 개정되면 재정 부담을 고려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쌀 적정생산 대책을 내놓으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추측케 하는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내세워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해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통령실은 우선 야당과 농민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고려해 쌀 적정생산 대책 발표를 미루자는 의견을 전한 건 아니다”면서도 “양곡관리법이 개정되면 쌀 적정생산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서 농림부가 농민단체와 야당을 적극 설득하고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결국 쌀 의무매입을 관철시킬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쌀 과잉생산도 심화될 공산이 커 쌀 적정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일 농림부 업무보고에서 “생산되는 쌀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되는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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