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기대유발하면 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금융당국 개입 범위 이목

입력 2023-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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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별 감독규정·시행세칙 조건 명시…‘사전승인 가정하지 말라’는 내용도
작년 11월 호주금융당국, 금융사에 “콜옵션 이행 자제” 공개 메시지 전하기도
전문가 “조기상환은 신뢰 영역, 인식 개선 쉽지 않을 것”……“조기상환 보완 살펴야”

▲흥국생명 본사. (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 본사. (사진=흥국생명)

금융회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 개입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흥국생명이 콜옵션 이행 여부를 번복하는 이슈가 발생했을 무렵 호주금융당국(APRA)이 시장에 콜옵션 이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할 때 금융감독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권별 해당 법률 조항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행), 금융투자업규정(금융투자사),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보험)에 명시돼 있다. 은행과 보험은 각각 상환 후에도 일정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은행은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이 각각 10.5%, 8.5%를 상회해야 하고,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건전성 관련 기준은 없고 ‘상환한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즉시 금감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로만 나와 있다.

법령에는 금융회사들이 콜옵션을 행사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당부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는 “은행은 감독원장의 사전승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가정하거나 투자자로 하여금 상환될 것이라는 기대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5년 조기 상환’으로 여겨지는 불문율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콜옵션 연기 가능성에 대해서 메시지를 줄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콜옵션 이행 연기 가능성에 대해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금융당국은 작년 11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과 관련해 “건전성 기준에 따라 예금수취기관(ADI), 일반 보험사, 생명보험사는 기본자본(Tier 1 Capital), 보완자본(Tier 2 Capital)의 콜옵션을 행사해 신용 스프레드가 더 높거나 더 비싼 금융상품으로 대체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콜옵션 이행을 신중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을 당시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흥국생명은 채권발행 당시의 당사자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레고랜드발(發) 리스크가 커지면서 채권시장 위기가 확산했을 시기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부실을 사전에 막기 위해 호주금융당국처럼 콜옵션을 이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켠에서는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자본시장의 리스크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금융당국까지 나서 콜옵션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다면 시장은 더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글로벌 신용평가의 경우 분석대상 기업을 평가할 때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 여부를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한다. 회사 판단이 아닌 외부 환경 혹은 압력으로 상환을 이행하면 충분한 만기를 바탕으로 자본 건전성을 뒷받침한다는 신종자본증권의 당초 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호주는 유동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고, 국내 시장은 유동성 위기가 퍼졌던 시기라 호주와 국내 시장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라며 “당국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언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신종자본증권은 조건부 자본증권을 승인을 받으면서 자기자본비율의 개선 효과를 받은 것”이라면서 “조기상환은 발행자와 투자자의 신뢰이고, 투자자들은 실질 만기가 짧은 것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왔는데 만기가 길어지면 리스크 감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관행이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면 없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감독규정상 조기상환 요건에서 보완해야할 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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