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의 세금과 사회] 유산취득세로의 상속세 전환, 문제 있다

입력 2023-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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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재정포럼 회장, 홍익대 교수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세법개정안을 마무리지었다. 국회의석의 다수를 점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의 상당 부분을 쟁취해내었다. 전체 원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까? 세법개정안에서 일관적으로 추구하던 가치의 연장선상에서 추가적인 감세를 요구하고 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승전국이 패전국에 전리품을 요구하는 듯하다. 부자들이 선거에 이겼으니 빈자들은 부자들의 세금에 대하여 찍소리도 하지 말라. 양도소득과 상속에 대한 세부담도 줄여야겠다!

상속세 체계를 바꾸겠다고 한다. 현재는 유산세 체계로서 피상속인의 무상이전재산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하여 세율을 적용한다. 이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상속인의 실제 취득재산에 대하여 세율을 적용한다. 한 사람이 사망하면서 300억 원의 재산을 남기는 경우, 단순화를 위해 공제액을 제외하고 보면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에서는 사망한 사람, 즉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 300억 원에 대하여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1건의 과세가 이루어진다. 비교하여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에서는, 예를 들어 3명의 자녀가 각각 100억씩 나누어서 재산을 상속받았을 때, 상속인들이 받은 100억 원씩에 대하여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3건의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견 유산취득세 방식이 세금부과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과세의 원칙에 더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받은, 즉 경제적 능력이 증가한 규모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같은 재산을 남겼더라도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와 한 명인 경우에는 개개인의 상속인들에게 증가하는 경제적 능력의 규모가 다르므로 이렇게 과세하는 것이 더 공정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 상속세는 소득세가 아니다. 상속세와 소득세는 각각 다른 과세포착점을 가진다. 소득세는 개인의 능력의 척도로서 한 개인이 경제활동을 통하여 획득한 소득을 중심으로 납세능력을 파악하지만, 상속세의 경우 과세능력의 파악에서 피상속인이 중심이 되는 것이 개념적으로 옳다. 피상속인이 일평생 획득하고 축적한 것이 상속자산이므로. 상속인에게는 일종의 우발적 자산이 생기는 것이다. 상속인이 다수인 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바꾸면서 상속세율 체계를 그대로 두면 국가의 상속세 수입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납세자들의 상속세 부담도 감소한다. 상속세에도 소득세처럼 누진세율구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속세율을 적용하여 획득할 수 있는 국가의 세수입은 300억 원짜리 1건의 과세에서 100억 원짜리 상속세 과세건수 3건에서 얻을 수 있는 세수입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상속세에 대한 일괄공제액 5억 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진 상속자산에 대하여 별도로 동일한 규모의 일괄공제를 제공하면 큰 규모의 상속액도 과세미달이 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유산취득세로 과세체계를 전환한다면 현재의 상속세 부담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세표준구간과 일괄공제액을 축소하여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는 부동산 등을 통한 비과세 자산형성의 기회가 넘친다. 탈세나 조세회피에 대한 시각도 관대한 편이다. 재벌들이 납부하는 상속세 규모는 대를 이어 넘겨주는 거대한 경제적 부에 비교할 때 조족지혈이다. 상속세 과세의 진정한 의미는 후대로 이어지는 부의 전달과정에서 적절하게 과세되지 않은 자산을 한번 정리하고 가자는 것이다. 양극화와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상속증여세는 큰 역할과 의미가 있다. 상속세가 세수규모는 크지 않으므로 상속증여세를 통한 양극화 해소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상속세가 고유의 역할을 하도록 잘 유지하는 것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빠질 수 없다.

한국의 상속증여세제에는 상속재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공백의 문제가 있다. 상속도 법적인 처분이므로 상속시점에 그때까지 발생한 부동산 및 주식의 가치증가분에 대해 과세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상속세만 과세할 뿐 발생한 가치증가분에 대하여는 비과세하고 있다. 한 사람이 3억 원에 취득하여 오래 보유하다가 시가가 30억 원이 된 부동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었다면 자식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에 부담해야 할 세금보다 낮은 상속세를 부담한다. 상속세의 공제가 크고 상속세의 세율체계가 양도소득세의 세율체계보다 과세표준구간이 넓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처분이 있었으므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 상속이 발생했으므로 상속세의 과세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양도차익의 과세만 이루어진 경우보다도 세부담이 낮다면 이는 상속세제의 체계적 결함이다.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함의 보완과 과세표준구간 및 일괄공제액의 조정 없이 상속세제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개악이며 상속세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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