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비판 따른 선언적 조치라는 지적도
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면제 조치 검토 중”
KB국민은행이 17일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타행 이체 수수료를 영구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까지 대형 시중은행들이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에 나서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은 19일부터 KB스타뱅킹을 비롯한 모바일과 온라인 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모두 면제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측은 “이번 이체 수수료 면제 시행으로 개인고객, 개인사업자까지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수수료 없이 타행 이체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의 시작은 신한은행이었다. 앞서 신한은행은 이달 1일부터 모바일 앱인 ‘뉴 쏠(New SOL)’과 인터넷 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와 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영구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고객 중심 금융지원을 위해 이익을 낸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이체 수수료 면제에 나섰다”며 “모든 은행이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고금리 시기 막대한 실적을 쌓은 은행들이 정부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9월까지 전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40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33조7000억 원) 대비 20.3%(6조9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이자이익이 크게 늘자 최근 시중은행 대부분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금리ㆍ고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권이 ‘그들만의 잔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에 나서자 다른 은행들도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이날 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를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신한과 KB국민은행의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 조치가 사실상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받은 고객이나 고령층 등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이체 수수료 면제가 이미 은행권에서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65세 이상 고령층, 소년ㆍ소녀 가장,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은 비대면 이체 거래 시 수수료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청약, 적금 등 은행과 거래 중인 고객은 이미 이체 수수료를 면제받고 있기에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