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이후 ‘감감무소식’ 실명계좌…속타는 중소거래소

입력 2023-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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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거래소 실명계좌 없어…페이코인은 내달 서비스 중단 위기
중소거래소 문 두드리지만, 은행권 '신중모드'…수익성 악화 위기

실명 계좌를 확보하려는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페이코인이 실명 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며 내달 5일 서비스 중단 위기를 맞자, 실명 계좌 확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동병상련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업 모델은 다르지만 남 일 같지 않다”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본지 취재결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리스크와 가상자산 업계 침체 속에 가상자산 업계가 실명 계좌 제휴 은행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지방 은행마저 신중해졌다.

지난달 23일 기준 가상자산사업자 거래업자 27개사 중 실명 계좌가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22곳이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캐셔레스트, 플랫타익스체인지, 한빗코 등이 실명 계좌 확보를 위해 은행들과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실명계좌 확보는 은행과 거래소가 계약한 이후 FIU(금융정보분석원)가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을 수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거래소는 은행과 계약 전 심사를 받는데 심사 과정은 크게 △고유위험 평가 △운영 위험 평가로 나뉜다.

고유위험 평가는 거래소의 재무제표 현황부터 지배 구조 등 안정성 측면에서 거래소를 들여다본다. 운영 위험 평가는 자금세탁방지(AML)와 사업성 등 여러 가지를 포괄적으로 살피는데, 세부 평가 내용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은행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공개된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거래소에서는 전문 회계·법무법인과의 컨설팅, 자금 세탁 방지 전문 인력 도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단기간에 특정 자원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1년 가까이 실명 계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직접 해보니 절차와 과정이 너무나 까다롭고 어렵다”면서 “페이코인에게 주어진 시간처럼 단기간 내 요건을 충족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라고 말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한 은행과의 계약 과정을 보면 1년 조금 넘게 걸렸지만, 기존 금융권에서 요구하는 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한 노력은 2018년부터 노력해왔다”면서 “총 매출과 자산 대비 일정 비율을 투자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팍스는 특정금융정보법 도입 후 유일하게 전북은행과 실명 계좌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소로서는 실명 계좌 심사 중 신규 코인 상장 등 적극적인 신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보수적으로 운영하다보니 나빠지는 수익성도 고민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원화마켓 도전을 위해서는 인력 확충 등 투입해야 할 자원은 많은데, 그만큼 재정적 인적 자원에 여유가 없다 보니 생존 자체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은행 문을 두드리는 거래소가 자체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 당국에서는 은행과 거래소 간 논의·심사 과정은 참여하지 않지만, 은행권에서 우려하는 자금 세탁 문제는 해외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한다. 실제로 2020년 기업은행은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1000억 원의 벌금을 낸 바 있다. 미국 뉴욕주 금융 당국은 지난 5일에도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자금세탁 방치 혐의로 5000만 달러(약 636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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