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 적 이란’ 발언에 당정 “적대국 맞다”...하태경 "악당국가에 사과해선 안돼"

입력 2023-01-17 17:31 수정 2023-01-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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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란, UAE 위협 나라 맞고 인권탄압 '악당 국가'"
이에 외교부 "그렇게 알려져 있다, 인권탄압 대응" 호응
그러면서 '장병 격려 취지' 반복하며 "이란 측에 전했다"
'아크부대 목적·적 규정' 지적에는 "尹 발언 해석 못 붙여"
하지만 외교부 'UAE 개황'서 "이란, 위협이면서도 실리적 관계"
'尹 보고자료 이란 포함 여부·해명 상세내용' 묻자 말 아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란을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이라 규정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과 외교부는 두 국가가 상호 적대국이라며 비호했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UAE 파병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나 "UAE는 우리의 형제국가다.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선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외교 참사’ 비판이 쏟아졌다. UAE와 이란의 관계에 대한 사실과 어긋나는 데다 자칫 ‘이간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정이 비호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UAE가 중동에서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는 실질적으로 이란이고 UAE 국민들도 적대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군사력이 필요한 거고, 다만 표현에 따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제가 외교부를 대신해 말할 순 없지만 그렇게 알려져 있다”며 호응했다.

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란의 사법살인 논란을 거론하며 "이란은 근래 보면 거의 '악당 국가'다. 인권탄압을 개선하지 않으면 강경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발언 논란으로 사과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차관은 이에 "이란 인권탄압 문제는 국회에서 '이란 여성 인권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 규탄 및 평화적 사태 해결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조 차관은 민주당의 비판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장병들을 격려하는 취지이고, 한-이란 관계를 직접 거론한 게 없다”며 “이란 정부에 외교채널을 통해 설명을 전달했다. 이란 측도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그렇게 (이란을 적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고, 한-이란 관계 의지는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란 외교부의 한국 정부 입장 표명 요구에 외교부가 내놓은 입장문과 유사한 내용이다. 16일(현지시각)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과 UAE 포함 페르시안‧걸프만 국가 간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고, 외교부는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다.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 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다만 아크부대 파병 목적이 이란의 위협 대비가 아니라는 점, UAE와 이란이 서로를 적이라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대한 황희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마땅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조 차관은 아크부대 파병 목적이 이란 적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경우 장병 격려 취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선 “대통령의 말씀에 해석을 붙이는 게 적절치 않으나 이해는 된다”고 했고, 적 규정 문제에 대해선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답변을 회피했지만, 외교부가 발간한 ‘2023 UAE 개황’을 보면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나가는 중"이라고 기재했다. 적이라 규정했다는 내용은 없다.

▲조현동(왼쪽) 외교부 1차관과 김기웅 통일부 차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조현동(왼쪽) 외교부 1차관과 김기웅 통일부 차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거기다 UAE와 이란이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유혈갈등 여파로 국교를 단절한 적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8월 국교를 복원하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다.

이처럼 윤 대통령 발언 해명이 어려워서인지 조 차관은 윤 대통령에 사전에 전달한 자료에 UAE와 이란의 관계에 대해 담겼는지, 또 이란 정부에 어떤 해명을 내놨는지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에 전한 UAE 관련 자료에 이란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있는지 묻자 조 차관은 “그런 내용이 자료에 있는지는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이란 정부에 전한 해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자 “국가 간 외교채널 소통 내용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황 의원이 이란 정부에 어떤 설명을 했는지 질의하자 “이란 정부에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여기서 말할 수는 없고, 한-이란 우호관계에 대한 정부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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