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2500억 현산 계약금 전액 몰취
한화, 대우조선 이행보증금 반환받게 주도
남양‧한앤코 주식매매계약 분쟁서도 승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 불발에 따른 계약금 몰취 소송에서 전부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이 계약금 2500억 원을 현대산업개발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맺은 인수‧합병(M&A) 계약이 무산된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첫 선례를 제시했다.
‘피인수 회사’ 아시아나항공 측을 대리한 곳은 법무법인(유한) 화우다. 화우는 2018년 1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때도 한화가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냈다가 떼인 이행보증금 3150억 원 중 1260억 원을 반환받는 데 기여했다. 당시엔 ‘인수자’ 한화를 대리했다.
화우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양쪽 입장을 모두 대변하면서 주식매매 계약(SPA) 송사를 승리로 이끌며 국내 최고 수준의 송무(訟務) 실력을 증명했다. 화우 송무그룹은 △기업형사 △가사 △건설 △상사경영권분쟁 △국제중재‧국제소송 △금융‧자본시장분쟁 △상사‧건설중재 △제조물책임 △행정쟁송 △헌법소송 △물류분쟁 △환경‧에너지분쟁 △헬스케어분쟁 △미디어분쟁 △집단‧단체소송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형사공판 △공정거래 △인사노무 △조세 등 총 20개 팀에서 변호사 약 150명이 활약하고 있다.
최영관(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우는 우방과 합병 전 화백 시절부터 전통적인 송무 분야 ‘최고 로펌’으로 대내외 인정을 받고 있다”고 자부했다. 과거 우방은 자문에 강한 로펌, 화백은 송무에 강한 로펌으로 각각 정평이 나있었다.
최 변호사는 “송무그룹 변호사 업무는 주로 의뢰인과 회의, 자료 분석, 자료 분석 후 담당 변호사들 내부 회의, 회의를 토대로 한 각종 의견서 및 서면 작성, 재판 준비‧참석으로 이뤄진다”며 “반드시 소송이 발생한 이후 이 같은 송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계약 검토, 분쟁 발생 전 사안 검토, 협상 등 자문까지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적인 지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아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우의 송무 능력을 입증한 사건은 또 있다. 화우는 남양유업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사이 분쟁에서 한앤코 측을 대리해 승기를 잡았다. 이 사건은 ‘SPA 파기’라는 극히 이례적인 M&A 재판으로 관심을 모았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달 남양유업 주식매매 계약 해제에 관한 책임이 한앤코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가 배척했다. 앞서 9월 한앤코는 홍 회장과 가족에 대해 주식 양도를 청구, “주식매매 계약은 정상적이다”라는 법원 판단을 받아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제기한 연구개발비 정산금 지급 소송에서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법률 대리 중인 화우가 주목 받고 있다. 최근 화우는 K2 전차에 탑재된 1500마력 전차 엔진 개발에 성공한 대가로 148억 원 이상을 국방과학연구소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 지불하라고 재판장이 명하는 결론을 도출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대리한 화우의 박재우(연수원 34기)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방산물자 개발에 소요될 원가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개산 계약’으로 체결되는 방산 계약에서, 발주자인 국가기관이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개발비를 축소‧정산하는 방식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1조 원 규모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주식매매대금 청구,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 연구비 환수 등 처분 취소 상고심을 최종 승소로 확정지은 주역이다. 특히 대법원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연구비를 거둬들임은 물론, 국가연구개발 사업 참여를 제한해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상고한지 불과 3개월 만에 정부 상고를 기각했다.
화우는 메디톡스가 의뢰한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건을 맡아 메디톡스가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낸 집행 정지 소송 17건 가운데 무려 16건을 이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가 주력하는 보톡스 삼총사 제품라인 ‘메디톡신-코어톡스-이노톡스’ 성분 변경과 수출, 변경 허가에 문제 있다며 제조 및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고 품목 허가를 취소한 상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징계처분 취소 사례에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관련,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최고경영진에 중징계를 결정한 ‘문책경고’ 등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징계 처분 전체를 취소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은 뒤 항소심 역시 승리했다. 화우는 동일한 사안으로 징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마저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화우 송무그룹은 BBQ와 bhc 간 부당이득 반환,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K) 조세포탈 등 굵직한 케이스에서 연달아 승소하면서 송무 부문에 있어 강자다운 면모를 고수하고 있다. 국세청은 BATK가 담배 반출 전산을 조작해 담배소비세 등을 포탈했다며 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조세)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포탈세액 합계는 503억 원. 화우 조세팀은 검사 공소사실의 부당성을 변론한 결과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3연속 무죄를 선고 받았다.
● 유승룡(58‧사법연수원 22기) 대표 변호사
서울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시진국(49‧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제2심의관 겸임,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 겸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 박재우(49‧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판사, 수원지방법원 판사
● 최영관(47‧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
미국 Wake Forest University School of Law (LL.M.), 대한변호사협회 손해배상실무 특별연수 강사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