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해외순방은 통상 지지율을 크든 작든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순방은 정상회담이나 그에 준하는 회담이 포함되게 마련이고, 회담은 내용이 무엇이든 성과를 일궈냈을 때 성사돼서다. 국가의 대표가 외국 정상과 악수를 나누며 국익을 늘려오는 모습,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국민 누구나 흐뭇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공식은 깨졌다.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도 순방에 나설 때마다 적지 않은 성과를 들고 왔지만, 순방 중 내놓은 발언 탓에 국내외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성과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다. 자연히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윤 대통령이 애써 밥을 지어놓고 스스로 재를 뿌리는 격이다.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이 그렇다. 30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약속을 한-UAE 정상 공동성명에 명기하면서 확실한 성과를 이룬 성공적인 순방이다. 하지만 국내외 관심은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모였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일으켰을 때를 상기시킨다. 용산 대통령실이 ‘바이든’의 발음을 ‘날리면’으로 바꾸며 우악스럽게 진화했지만, 수습될 수 있었다. 미국이 곧장 대범한 입장을 내줬고, 참모들과의 사적 대화가 흘러나왔다는 점이 감안돼서다. MBC에 대한 화풀이도 눈살은 찌푸리게 했지만 파장이 제한됐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윤 대통령은 UAE 파견 아크부대 장병들 앞에 서 공개적으로 문제의 발언을 했고, 이란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순방 때와 달리 당사국의 관용도, 사담이라는 참작사유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국 순방 때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 양상이다. 당사국의 공개 반발이 나왔음에도 ‘확대해석’이라 뭉갰고, ‘장병 격려 차원’이라면서 이번엔 발음이 아닌 문맥을 바꾸고 나섰다. 그러면서 문제의 발언 책임소재를 두고 외교부는 입을 닫았다. 이런 와중 국민의힘은 “이란은 UAE의 적대국이 맞다” “이란은 악당국가”라며 비호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 발언 논란과 정부·여당의 맹목적 비호가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순방 때마다 국내외적 불안이 따라붙어 저평가를 유발하지 않을까.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이은 ‘윤석열 디스카운트’라 불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