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범국가 차원 대응…‘단속→재판‧등기’ 신속 협력

입력 2023-01-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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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사기’ ‘빌라 왕’…빈발하는 전세사기 근절

검찰‧경찰‧국토부 협의회…“법정 최고형 구형”
법무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입법 예고
대법원, 임차권 등기절차 간소화…고지前 등기

‘세 모녀 사기’, ‘빌라 왕’, ‘빌라의 신’ 등 빈발하는 전세 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범국가 차원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검찰과 경찰‧국토교통부가 사기 단속부터 수사, 처벌까지 형사 절차 전(全) 과정에 걸쳐 신속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법무부는 집주인인 임대인이 사망하더라도 세입자인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빠르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임차권 등기 절차를 신속화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법원 역시 임차권 등기 절차를 간소화했다.

▲ 대검찰청‧경찰청‧국토교통부는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전세 사기 대응 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 가운데가 이원석 검찰총장. (대검찰청)
▲ 대검찰청‧경찰청‧국토교통부는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전세 사기 대응 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 가운데가 이원석 검찰총장. (대검찰청)

대검찰청‧경찰청‧국토부는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전세 사기 대응 협의회’를 열고 “전국 단위의 정보 분석과 수사 초기부터 긴밀한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청년과 서민 삶 기반을 무너뜨리는 전세 사기 배후세력까지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전세 사기가 잦은 수도권(서울‧인천‧수원)과 지방 거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7곳에 핫라인을 만들어 조직적‧계획적 범행을 찾아 수사할 방침이다.

거점 검찰청 전담 검사는 최신 사기 사례와 법원 판결 경향을 확인해 경찰 수사에 반영할 수 있게 조언한다. 구속 의견서를 사전 검토하고 법원 영장실질심사에도 참여해 주요 피의자 처벌에 나선다.

국토부는 의심 거래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사고자료 등을 검찰·경찰과 공유하고 피해자를 돕는다.

세 기관은 재판 과정에서 실제 피해 규모나 회복 여부, 피해자 주거 상황을 양형 자료에 반영하는 등 협조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많고 피해 규모가 크다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과 국토부가 주도해온 ‘범정부 전세 사기 전국 특별단속’에 앞으로는 검찰도 참여해 의심 거래를 찾아내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 범정부 ‘전세 사기’ 대응 경과. (대검찰청)
▲ 범정부 ‘전세 사기’ 대응 경과. (대검찰청)

전세사기 피해자들, 집주인 고지 전 임차권 등기 가능해진다

나아가 법무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집주인에게 사전 고지를 않고도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다.

HUG의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한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는 공사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법원에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해 등기부터 마쳐야 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임차권 등기 촉탁을 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집주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로 인해 최근 발생한 ‘빌라 왕’ 사건처럼 집주인 사망 후 상속 관계가 정리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고지를 피하는 경우 제때 임차권 등기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차권등기명령 조항의 운용 규정에 ‘가압류 집행은 채무자에게 재판을 송달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해 집주인에게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 등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 피해 임차인 법적 조치 절차도. (법무부)
▲ 피해 임차인 법적 조치 절차도. (법무부)

大法, 16일부터 개정 업무지침 시행…“전세사기 부담↓”

전세 사기 근절에 검‧경 수사기관을 비롯해 국토부‧법무부 등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 나섰다.

대법원은 TF와 협력을 통해 대위 상속 등기 없이 세입자가 ‘집주인의 상속인’을 상대방으로 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보증보험 가입자들의 신속한 보증금 반환을 위한 조치다.

대법원은 보증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임차권 등기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임차권 등기 명령이 송달불능 된 경우의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16일부터 정식 시행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규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는 숨진 집주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사망 사실과 상속인 전원을 알 수 있는 서면을 첨부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임차권 등기 명령 촉탁 단계도 줄었다. 지금까지 법원은 세입자가 적어준 집 주인의 주소지로 임차권 등기 명령을 보내도 수령이 안 된 경우(송달불능)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 등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집 주인의 주소지로 직권 재송달을 반복했다.

바뀐 규정은 원래 두 번이던 직권 재송달 절차를 한 번으로 줄여 송달불능 상태임이 확인되면 사유에 따라 곧장 공시송달(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에 재판 관련 서류를 올리고서 그 내용이 당사자에 전달된 것으로 간주)이나 발송송달(법원이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발생한 때 송달한 것으로 간주)을 할 수 있게 했다.

대법원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대위 상속 등기 절차를 생략하고 임차권 등기 명령 송달 절차를 간소화해 전세 사기 피해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효과적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보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실무를 지속해서 점검‧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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