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서울시 ‘미분양 통계’···신고제 논의도 제자리걸음

입력 2023-01-19 15:43 수정 2023-01-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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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서울 미분양 주택 공시. (좌)용산구 물량 반영 전, (우) 반영 후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2022년 12월 서울 미분양 주택 공시. (좌)용산구 물량 반영 전, (우) 반영 후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시 미분양 주택 공시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두 번 게재됐다. 애초 공시에선 미분양 주택이 총 953가구라고 발표했다. 전달인 11월 대비 88가구 늘어난 수치로, 강서구에서 131가구가 늘어난 대신 용산구에서 41가구, 구로구에서 2가구 줄었다고 했다. 용산구 미분양 주택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과 관련해 취재가 시작되자 시는 “용산구청 측 통계 집계가 누락됐다”며 공시를 변경했다. 미분양 주택은 최종 994가구로 늘었다.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시 주택 미분양 통계 검증 시스템이 예상대로 허술한 것이 확인됐다. 시내 25개 지자체 미분양 통계를 집계‧관리하는 전담 인원은 없다시피 하고, 미분양 통계는 검증 없이 지자체 신고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통계 집계 이후 수년 째 ‘검증 미비’를 지적하지만, 제도개선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19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 미분양 주택 통계 담당 인원은 한 명으로 파악됐다. 서울 내 25개 자치구의 통계를 매월 두 차례 취합해 검증하고 공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서울시도 문제점을 파악하곤 있지만, 제도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정책지원센터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물량 신고는 의무화돼 있지 않아, 현 체계에선 개별 구청에서 미분양 상황을 취합해 국토교통부에 통보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 신고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난달 국토부와 회의에서 건의했고, 아직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논의가 취소된 건 아니고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로 차차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분양 통계가 정책 집행의 중요 지표로 작용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의 근간이 될 통계는 엉성하게 관리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기준 129가구가 미분양된 한 아파트 단지는 12월 통계에도 제외됐다. 또 300가구 미만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30가구 미만 소규모 아파트는 아예 미분양 물량 집계 대상도 아니다.

시와 국토부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우선 건설사는 미분양 현황을 정부와 지자체에 공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사업장이 비공개를 요청하거나, 미신고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부러 미분양 현황을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의 경우 시공사는 계약률이 높다고 판단해 발표하고 싶어도, 조합이 숨겨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 전체 공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분양 통계 집계의 근거법인 주택법 제88조(주택정책 관련 자료 등의 종합관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부와 지자체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직접 제재방안은 없다.

미분양 신고 의무제가 아닌 만큼 시 차원의 정확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검증 없는 통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내 미분양 주택 1000가구 돌파를 앞둔 만큼 미분양 통계 체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가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체계상 미분양 주택 물량 누락을 바로잡긴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선 청약자나 실수요자가 청약홈 등에 공개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미분양 물량은 건설사 영업비밀이라 공개를 강제하긴 어렵지만, 공공재 성격이 짙은 만큼 미분양 신고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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