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가족들이 모여 전기장판을 틀고 따뜻한 명절을 맞이한다면 올해는 만 원 가까이 비싸진 요금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기요금이 지난해 설날보다 1kWh(킬로와트시) 당 32.4원이나 올라 4인 가구 기준(307kWh) 9946.8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세 차례 올랐다.
시작은 4월 kWh당 6.9원 인상이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중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됐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하지 않았지만, 기준연료비를 4.9원, 기후환경요금을 2원 올렸다.
7월에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인상했다. 4인 가구 기준 월 1535원 늘어난 꼴이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대한 낮췄지만, 서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10월에도 요금을 인상했다. 본래 4월과 함께 올리기로 했던 기준연료비 4.9원 인상에 더해 전력량 요금을 kWh당 2.5원 올리면서 kWh당 총 7.4원 인상했다. 일반 전기요금 인상 외에 농사용 전기요금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진행했다.
당시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을 조정하면서 효율화와 에너지 절약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전기요금은 올해도 시작부터 올랐다. 특히 인상 폭은 역대 분기별로 요금 조정을 한 이후 가장 높았다.
1일부터 전기요금은 1kWh당 13.1원 상승했다. 전력량 요금은 kWh당 11.4원 늘고, 기후환경요금은 1.7원 늘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하지 않고, 다음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13.1원의 부담이 늘면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평균 4021.7원의 부담이 늘었다.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 폭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장관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6조 원에 이어 올해는 30조 원을 웃도는 적자가 예상된다"며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 채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으로 부담이 퍼진다"고 밝혔다.
1년 새 전기요금이 1kWh당 32.4원 오르면서 소비전력 180kWh의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5832원의 부담이 더 생긴다. 따뜻한 명절을 보내고 싶어도 전기요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외 각국은 전기요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교민의 말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이 평균 100만 원 나오던 것이 지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프랑스도 지난해 6월 전기 소매요금을 9% 올렸고, 독일은 22% 올렸다. 미국도 22% 올렸고, 일본은 무려 36%나 올렸다.
정부는 앞으로도 전기요금 인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kWh당 50원가량을 주장했다. 최소 kWh당 37원은 더 올려야 한다. 내년 설날엔 지금보다 1만1359원가량 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장관은 "2분기 이후 인상 계획은 그때 당시에 맞춰서 가장 적확한 숫자로 고려하겠다"면서도 "정부의 가장 큰 원칙이 2026년까지, 지금까지 형성된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한다는 것"이라고 인상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