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실장과 서욱 전 장관,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원장 등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직접 출석 의무가 없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전방위 조치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전 실장은 보안 유지를 지시하고, 서욱 전 장관과 함께 언론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제시했다.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서 전 장관 등은 검찰 주장을 부인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공식 발표 때까지 보안 조치는 있었지만 은폐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며 "월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 없는 사실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서 전 장관 측 역시 "감청자료 등을 토대로 망인의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부분을 기재한 것"이라며 "월북은 밝혀지지 않았고 밝혀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증거자료를 일괄 제출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전 원장 측은 "검찰이 다른 피고인 관련 증거를 전부 묶어서 분량이 6만 쪽이나 된다. 피고인별로 증거를 특정해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27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양측 의견을 청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