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하늬ㆍ이솜 접선 장면에 숨은 맥락들

입력 2023-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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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 스틸컷. 박차경 역의 이하늬(왼쪽)과 난영 역의 이솜(오른쪽) (CJ ENM)
▲ '유령' 스틸컷. 박차경 역의 이하늬(왼쪽)과 난영 역의 이솜(오른쪽) (CJ ENM)

1930년대 비밀리에 항일독립운동을 벌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추리액션물 ‘유령’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박차경(이하늬)과 연인 난영(이솜)이 비 오는 극장 앞에서 서로를 말없이 마주보는 대목이다.

박차경이 독립운동에 목숨까지 걸게 된 배경에 연인 난영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동시에, 영화가 감춰뒀던 성 소수자 코드도 드러난다. 17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해영 감독은 이 대목을 두고 “정서적으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항일운동이라는 ‘찬란한 승리’ 이면엔 두 사람의 ‘비극’이

▲ '유령' 스틸컷.  (CJ ENM)
▲ '유령' 스틸컷. (CJ ENM)

‘유령’의 주인공들은 일제의 감금과 고문에 맞서 기어코 임무를 수행해낸다. 이 감독은“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승리의 기억이 아니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는 (항일운동의) 찬란한 승리 순간을 묘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뜨거워졌다”면서 “그 시대의 아픔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영화 속 승리의 순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와 달리 박차경과 난영이 접선하는 장면은 “비극을 묘사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찬란한 승리가 있었다면 어떤 순간에는 비극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들의 슬픈 뉘앙스가 영화 전반에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난영 역으로 짧게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솜 배우를 두고는 “임팩트 있는 배우가 필요해 섭외한 만큼 허투루 묘사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겠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 접선 극장에선 ‘상하이 익스프레스’ 상영 중

▲ '유령'에서 총독부 경호대장 카이토 역을 맡은 박해수의 모습 뒤로 '상하이 익스프레스' 포스터가 걸려있는 극장이 보인다 (CJ ENM)
▲ '유령'에서 총독부 경호대장 카이토 역을 맡은 박해수의 모습 뒤로 '상하이 익스프레스' 포스터가 걸려있는 극장이 보인다 (CJ ENM)

박차경과 난영이 서 있는 극장은 극 초반 항일독립운동가들이 활용하는 중요 공간으로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이 극장에 '상하이 익스프레스'(1932) 포스터를 걸어뒀다. 독일의 배우 겸 가수인 마를렌 디트리히(1901~1992, Marlene Dietrich)의 매력이 돋보이게 묘사된 영화다. 이 감독은 “그 시절 '섹스 심볼'로 불리며 소비되는 배우들과 달리 디트리히는 성별을 초월한 멋짐을 보여준 배우”라면서 “1933년을 살아가는 박차경과 닮은 부분 있다고 생각했고, 이야기도 비슷한 데가 있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비 오는 극장 앞에서 서로를 마주보는 박차경과 난영 주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가수이기도 했던 마를렌 디트리히의 곡을 재해석한 것이다. 독일어 노래에 재즈보컬리스트인 문혜원을 섭외하고, 영화를 위해 새롭게 연주와 녹음 작업을 거쳤다. 이 감독은 “독일어 선생님에게 진짜 독일인이 부른 것처럼 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디트리히 특유의 중저음으로 불렀을 때는 굉장히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문혜원 재즈보컬리스트의 목소리는 그보다는 보다는 가볍지만 굉장히 애절한 느낌 있어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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