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과의 전쟁’ 김영훈 새 변협회장 선출…리걸테크 업계 긴장

입력 2023-01-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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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 7개…국내는 '0'
AI 이용한 판례‧법령 분석 기술, 논의 자체 부재
“법조계 인식 변화 필요”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강경하게 대응해 온 김영훈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협회장으로 당선되면서 '로톡' 등 리걸테크(legal tech)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법률시장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앞으로 더 저조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 새 회장으로 김영훈 변호사가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협회 집행부 출신으로 그간 로톡 회원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시도하는 등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로톡에 대항해 변협이 만든 공공 플랫폼 ‘나의 변호사’ 운영도 맡고 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7일 당선증 교부식에서 “외부자본의 법률시장 침탈을 막아야 하는 게 법률시장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사설 플랫폼의 퇴출을 약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로톡과의 전쟁을 시사한 셈이다.

로톡은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온라인 법률 상담 서비스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변협의 변호사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양 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수년째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던 리걸테크 업계는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는 새 집행부와 날을 세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관련 업계와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감은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은 2021년 276억 달러에서 2027년 356억 달러(약 46조 원)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 중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7개 사, 예비 유니콘 기업은 27개 사에 달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로앤컴퍼니가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것이 유일하다. 누적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단 두 곳이다. 변협과의 법적 갈등이 시작되면서 로톡의 변호사 가입자 수는 이미 3000여 명에서 1900명 밑으로 급감했다.

리걸테크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걸테크는 인공지능(AI)로 판례와 법령을 분석하고 변호사의 업무 편의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지만 국내에서는 양 측의 직역 갈등에 관련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법률서비스 시장을 직역이 아닌 소비자 편익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문직 종사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소비자 편익이나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건 맞지 않다”며 “법무부가 지속적인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법률 데이터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영국과 달리 한국의 법원은 극소수의 판결문만 공개해 AI가 학습할 법률 데이터 자체가 적다. 업계 관계자는 “법률을 서비스로 인식한다면 지금처럼 데이터를 불친절하게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법조계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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