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꺾이자 한숨 돌린 기업들…실적전망은 먹구름

입력 2023-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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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킹달러’ 시대가 저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반 년여 만에 1230원대로 내려서면서 고환율에 시름했던 기업들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여파가 지속되면서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3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29원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장중 기록한 연고점(1442.20원)과 비교하면 무려 206원 넘게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 수출이 늘어나 긍정적이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환율 효과는 빛이 바랬다.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환 위험을 헤지하는 비중이 수출업체의 40%에 불과한 데다 순수출액 대비 헤지 비율도 20% 이하인 경우가 많아 환율이 상승할 때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공 행진하던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고환율에 휘청였던 기업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종은 달러 약세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대여비, 유류비 등 각종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30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변동될 때마다 약 30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4조8790억 원에 달하는 달러 부채를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환율이 10% 하락하면 세전순이익이 4077억 원가량 증가한다.

원유나 철광석 등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정유·철강업종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확대로 외화부채가 급증한 배터리 기업들도 환율 하락이 반갑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말 기준 달러 부채는 5조3949억 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이 10% 하락할 때 1585억 원의 순이익(법인세 차감 전)이 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5% 하락 시 527억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작년 3분기와 4분기 평균 환율이 각각 1337.98원, 1359.26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평가손실 규모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금융시장이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면서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약세로 전환된 달러 가치 흐름이나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같은 주변국 통화의 강세 등은 원화 역시 강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올해 중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킹달러가 꺾이긴 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실적은 먹구름이다. 1200원대에 머물러 있는 환율도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기관이 추정한 269개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총 191조69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추정치 203조3216억 원보다 5.72% 하향됐다.

어닝쇼크’로 4분기 실적 시즌을 연 삼성전자는 올해도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48.7% 감소한 22조2553억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HMM(-73.1%) △S-Oil(-37.6%) △대한항공(-35.2%) △SK이노베이션(-30.9) △롯데정밀화학(-28.7%) △동국제강(-21.1%) 등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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