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출구 못 찾는 전장연 시위

입력 2023-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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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설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다. 다 같이 음식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들이 오갔다. 동생네 부부는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데 열차가 지연돼 지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조카를 학교에 보내야 해 일찍 출근하기도 어렵다며 언제까지 지하철 시위가 계속될지 물었다.

유튜브에는 많은 장애인들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영상을 보면 비장애인들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불편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잘못된 점자 표기에 헷갈려 하고 휠체어를 탄 유튜버는 엘리베이터를 찾아다니느라 역사를 한참 동안 헤맨다.

대한민국에 사는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는 개선되는 게 맞고 이들의 이동권 확보 주장에 동의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는 2001년 1월 22일 설을 맞이해 역 귀성한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 숨진 사고를 계기로 20여 년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물론 장애인 콜택시가 도입되고 저상버스가 확대되고 변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오랜 시간 대기하거나 미리 예약해야 하는 등 이용에 단점이 많다.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는 경사가 심해 이용하기 꺼리는 장애인들도 많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과 여건이 과거보다 분명히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대부분의 시민들은 알고 있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시작했다.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와 이동권 보장 등을 외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휠체어를 출입문에 끼워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같은 열차를 탔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방식'이다. 지연유발 행위 말이다. 열차가 문을 닫지도 출발을 하지도 못하게 되면서 오전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발이 묶인다. 지하철은 도로와 달라 뒤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지하철이 줄줄이 지연된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상식에 어긋나거나 불편을 초래한다면 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이미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에 취약하다는 걸 알고 있는 시민들도 마음이 돌아서고 있다.

취재차 찾은 현장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인상을 쓰면서 불쾌함을 드러냈고 지하철을 타지 못할까 불안해 했다.

SNS에는 전장의 시위 탓에 '출근 첫날 지각해 짤렸다' '택시를 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취업 면접에 못 갔다' 등 생업에 위협받고 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로 발생한 사회적 피해액이 4450억 원에 달했다.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시간은 총 84시간. 시민들이 입은 피해는 50억 원이었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이 무산되면서 20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서울시는 강경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시위를 이어가려는 전장연과 막으려는 서울시 갈등이 지속된다면 경제적 피해에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오 시장이 이 문제를 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국비 증액은 국회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시민들이 불편이 가중되는 것을 모른 척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전장연은 비장애인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새로운 시위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전장연이 바라는대로 비장애인과 어우러져 이동하고 일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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