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흥행 쓴맛…“’교섭’ 디테일 빠졌고 '유령' 타협했다”

입력 2023-01-25 14:36 수정 2023-01-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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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포스터 (메가박스 플러스엠)
▲'교섭' 포스터 (메가박스 플러스엠)
4일간의 설 연휴동안 극장가에 263만 명의 관객이 발걸음 했지만, ‘교섭’, ‘유령’ 등 연휴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작품이 흥행과 평가 면에서 쓴맛을 보면서 한국 영화계에 다시 한번 경고등이 켜졌다.

2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263만3563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매출액은 291억 원이다. 하루 평균 65만 명이 영화관 나들이에 나섰고 일평균 매출액은 72억 원 꼴이다. 지난해 설 연휴 대비 9배 이상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다만 한국 영화는 이 회복세에 충분히 올라타지 못했다. 18일 개봉한 ‘교섭’은 탈레반에 피랍된 국민을 구하려는 외교 공무원들의 분투에 초점을 맞추면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4일 연휴 동안 87만 명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 머물렀다. 누적 관객 수는 113만 명이다.

같은 날 개봉한 ‘유령’이 받아 든 성적표는 더 아쉽다. 1930년대 항일독립운동가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액션물 ‘유령’은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아바타: 물의 길’과 3주 차에 접어든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밀려 박스오피스 4위에 자리했다. 연휴 동안 29만 명을 불러모아 누적 관객 수는 41만 명에 불과했다.

반면 외화는 연휴 특수를 누렸다. 연휴 기간 뒷심을 발휘한 ‘아바타2: 물의 길’은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3040 관객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고무적인 160만 관객을 눈앞에 두며 3위까지 순위 재상승했다.

평론가들 “‘교섭’ 디테일 빠졌고 ‘유령’ 타협했다”
▲'유령' 포스터 (CJ ENM)
▲'유령' 포스터 (CJ ENM)
'교섭'은 공개 직후 2007년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던 탈레반의 샘물교회 납치 사건을 다룸에도 주요 맥락을 제거하고 지나치게 안정적인 상업 영화의 공식을 따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3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교섭’ 언론시사회 직후 선교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했다가 피랍됐던 교인들의 행동과 당시 정부의 외교적 대응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관련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김형석 평론가는 25일 “임순례 감독은 샘물교회 얘기를 다루면서 앞서 있었던 김선일 피살사건, 이후에 있었던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의 한국 어선 피랍사건 등을 연결하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이야기하려 한 것 같다”면서도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큰 논란을 일으키고 공분을 샀던 샘물교회 사건의 디테일이 거의 다 빠졌다”고 지적했다. “(영화평)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얘길 다루면서 그걸 빼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짚었다.

'유령'의 경우 범죄물 ‘독전’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해영 감독이 화려한 스타일과 액션을 곁들여 완성했지만, ‘암살’이나 ‘밀정’처럼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 이야기에 중심을 둔 작품도, ‘마녀’처럼 장르액션에 충실한 작품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걸친 결과물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허남웅 평론가는 이날 “장르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너무 그쪽으로 치중하면 시장에서는 안 먹힐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온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 역시 “여성 버디 콘셉트는 좋았지만, 차라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보여준 가차 없는 응징처럼 ‘대체 역사’ 형식으로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평했다.

두 평론가는 끝없이 공개되는 OTT발 웰메이드 시리즈물이 영화의 대체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면서, 작품 자체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평론가는 “ ‘아바타2: 물의 길’은 특수상영관에서의 경험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40 세대를 자극하는 추억으로 ‘플러스 알파’를 확보했다”면서 “한국 영화 감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에는 다른 감독이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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