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해제에…마스크업계 ‘생존 사투’

입력 2023-01-25 17:36 수정 2023-01-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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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마스크 제조 업체 수 200곳↓…중소는 폐업 중견은 사업전환
마스크 단가도 4000원서 600원대로…“최소한 산업 유지할 시스템 절실”

충청남도 서천 장항산업단지에서 마스크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창업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엔데믹으로 1년 반 만에 경영난에 처했다. 업체는 작년 실외 마스크 해제 당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을 감축해가면서 공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실내에도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은 넘기기로 결정했다. A 대표는 “마스크 수요와 소매가격이 동시에 줄어들고 캐피탈 이자까지 부담이 돼 버틸 수 없어 자포자기 심정으로 공장을 내놨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이달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마스크 제조 업계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마스크 산업은 2020년 초 품귀 현상으로 특수를 노린 관련 제조업체들이 생겨나며 활성화됐다. 하지만 업체 설립 허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등이 간소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이로 인해 공급이 과도하게 늘었고 엔데믹 전환 후 수요 급감이 예상되자 산업 전반이 빠르게 추락했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1월 137곳이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지난해 3월 1683곳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식약처가 허가한 마스크 품목도 같은 기간 1012가지에서 8554가지로 증가했다. 반면 마스크 수요는 정부의 방역지침 완화와 업체들의 포화로 감소했다. 공급량만 많아지고 재고가 쌓이자 마스크 단가는 하락했다.

통계청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20년 100이었던 마스크 물가지수는 2021년도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1%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4.7% 내리 하락해 공업제품 품목 중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3월 장당 4000~4500원에 판매되던 마스크(KF94) 온라인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첫째주 기준 666원까지 하락했다.

마스크 산업이 휘청이면서 대다수 업체들은 제한적인 사업영역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업을 선택했다. 식약처가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700곳까지 육박했던 마스크 업체 수는 이달 8일 기준 1505개로 줄어들었다. 이 중 3분의 2가량 업체들은 마스크 생산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중견기업들은 사업을 축소·전환하고 있다. 한때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하며 마스크 업계 1위였던 웰킵스는 마스크 브랜드란 이미지를 줄이고 ‘라이프케어 전문기업’으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화장품을 개발, 유통하는 업체와 반도체·전자부품·COF 공정전문, 첨단정밀부품 제조기업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마스크 브랜드 아에르를 선보인 씨앤투스는 마스크 필터 기술력을 통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진공청소기, 자동차 에어컨 등에 들어가는 ‘에어필터’와 샤워기와 싱크대 수전에 사용되는 필터를 제작해 다양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또 친환경 교체형 베개커버, 아로마 바디로션과 바디워시 제품 등을 선보이며 마스크 기업에서 ‘라이프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폐업 위기에 놓였다. 중견기업처럼 자본력이 풍부하지 못하고 마땅한 사업 아이템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마스크산업협회에 따르면 마스크 산업의 동아줄인 수출도 인증 갱신 및 관리 등의 문제로 규모 있는 소수 업체만 진행하고 있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국내와 해외에서 마스크 판매를 원활히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마스크 제조 중소기업이 좀비 업체로 몰락했다고 업계는 하소연했다.

조동휘 한국마스크산업협회 이사는 “당장 마스크 해제에 집중하기보다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산업이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언제든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에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최소한 공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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