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진정한 개혁이 필요한 시기

입력 2023-01-26 06:00 수정 2023-01-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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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새해가 시작됐다. 정권이 바뀐 탓인지, ‘국뽕’이 판치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의 여론이 사라졌다. 그러고는 한동안 사라졌던 ‘헬조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헬조선’은 젊은 층이 한국 사회를 냉소하며 ‘지옥(Hell)’과 ‘조선’을 결합해 만든 말로,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가 어려운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토교통부의 ‘둔촌 살리기’는 2000만 명이 넘는 무주택자들의 불만을 자아냈고, 그동안 억누르던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자 ‘헬조선’이 다시 먹혀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제 지표도 어둡기만 한 상황이다. 한국은행(1.7%)과 한국개발연구원(KDI·1.8%)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와 아시아개발은행(ADB·1.5%) 등 주요 기관들도 이구동성으로 한국 경제 부진을 점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산업화 이래 5번째로 낮은 성장에 그칠 판이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약 60조 원)로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오일쇼크(1980년, -1.6%)와 외환위기(1998년, -5.1%), 글로벌금융위기(2009년, 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2020년, -0.7%) 등 외부 충격으로 부진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경기예고지표인 주가는 여전히 박스피 아랫단에서 맴돌고 있다. 기업실적도 잿빛이다. 올해 상장사(증권사 분석치 3개 이상) 206곳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201조2739억 원으로, 2022년 연간 전망치 202조4963억 원보다 0.6% 감소한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1392년부터 1910년까지 한반도를 통치한 ‘조선’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고속 성장을 이뤘다.

정치 이념에 물든 이들이 여론화하려는 헬조선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보다 못 사는 최빈국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에 맞지 않다.

다만, 대한민국이 위기인 것은 맞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 아니다. 임기 때만 안 터지면 된다는 무책임한 일부 정치인과 같은 출신이 아닌 만큼, 윤 대통령은 위기일수록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면 경제를 개혁해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산업발전이 활성화하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고용과 소득이 증가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다시 투자가 늘어 성장률이 높아지는 선순환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저축이 늘고 원리금 상환이 용이해 부채의 부도 위기가 해소된다.

정부는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올해 노동, 금융, 교육, 서비스, 연금 등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는 한다.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는 개혁(改革)이라는 단어에 대해 “‘혁(革)’ 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읽으면 개혁은 가죽을 고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가죽 혁 자는 짐승의 생가죽[皮]을 벗겨 통째로 널어놓은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한다. 생가죽을 벗기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언제든 말 잘 들어주고, 술잔을 기울이는 인심 좋고 넉넉한 마음의 동네 형과 같은 자세로는 고통스러운 개혁을 이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당장 눈앞에 닥친 연금 개혁, 의료 개혁 등은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개혁이다. 정부가 방만한 운영을 하고, 공기업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국민들에게 고통스러운 개혁을 요구하면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자신이 아닌 남에게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고통스러운 개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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