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해지?...'폭탄 연금' 딜레마

입력 2023-01-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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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요 보험료율 17.86~23.73% 제시…보험료율 20% 넘으면 '가성비' 급락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 결과에서 필요 보험료율이 17.86~23.73%로 제시됐다. 국민연금기금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2배 이상 인상해야 한단 의미다. 개혁 없이 적립금이 소진돼 당해 보험료로 급여지출을 충당하는 부과식을 도입한다면 필요 보험료율은 장기적으로 35.0%까지 치솟게 된다. 이렇게 보험료가 오른다면, 가입자들에겐 한 가지 숙제가 던져지게 된다. ‘퇴직·개인연금 등 다른 연금도 있는데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할까’다.

소득대체율(40%)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보험료율이 20% 이상이 되면 가입자 입장에선 받을 연금액이 낸 보험료와 비슷하거나 적어지게 된다. 소득대체율은 보험료를 40년간 내고 연금을 20년간 받는다는 전제로 한 계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이 손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료율이 올라도 금액 기준으론 가입자에게 실제 손해가 되기 어렵다. 이는 연금 지급 시점의 ‘소득 재평가’와 매년 물가에 연동한 ‘연금액 조정’의 효과다.

퇴직·개인연금 등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운용수익을 더해 돌려준다. 단, 사업비(수수료)를 뗀다.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 운용수익보다 사업비가 커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대신 보험료 납부를 완료한 뒤 연금 수급까지 일정한 거치기간을 두면 사업비는 줄어들고 수익은 커진다. 문제는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이다. 가입 시점부터 수급 시점까지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면 납부금액 대비 수익률은 플러스가 돼도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가입·거치기간, 경기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구조다.

반면, 국민연금은 금액이 아닌 가치가 보전된다. 정부는 가입기간 소득을 수급 시점의 소득으로 재평가해 연금액을 정하고, 여기에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추가 인상한다.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재평가율은 7.640이었다. 이는 1988년 월급 100만 원이 올해엔 764만 원으로 평가된단 의미다. 소득대체율은 재평가된 연도별 소득의 평균값을 토대로 계산된다. 물가 상승이나 화폐가치 하락과 관계없이 경제활동 당시 소득의 ‘상대적 가치’가 보전되는 것이다. 수급 개시 이후에는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연금액에 오른다. 올해엔 5.1% 인상됐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퇴직·개인연금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다. 국민연금의 ‘가성비’는 수급기간(수명)에 따라 달라진다. 연금액이 ‘총액’이 아닌 ‘월액’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수급기간이 짧으면 남은 납부금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유족연금도 감액 또는 미지급된다. 과거 경제활동의 가치는 보전돼도 보험료 납부금액이 보전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 보전형인 국민연금과 금액 보전형인 퇴직·개인연금은 상호 보완적 성격을 띤다.

관건은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가 얼마나 오를까다. 보험료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민연금의 가치 보전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 이를 이유로 지역가입자 등을 중심으로 가입 중단이 늘면 보험료 동결만도 못한 효과가 난다.

정부 추계 결과는 참고서일 뿐, 답안지는 아니다. 가령, 독일처럼 국민연금 급여지출의 25%를 조세로 충당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보험료율을 12~15% 수준으로만 인상해도 실제로는 15~20%로 인상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퇴직연금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옮겨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냈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과거 제안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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