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달 들어 장외채권 3조 넘게 순매도…弱달러에 위험자산 ‘머니무브’

입력 2023-01-29 14:22 수정 2023-0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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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달 들어 3조4000억 규모 순매도…4년 만에 ‘1월 순매도’
외국인 원화 채권 잔고, 약 223조…작년 말보다 약 6조 줄어
달러화 약세로 원화 채권 투자 매력 감소 영향…위험자산 선호 강화

이달 들어 채권 장외거래 시장에서 외국인이 3조 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선호 흐름이 전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채권 장외거래 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3862억 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은행 5조8629억 원, 자산운용사(공모 기준) 18조5465억 원, 개인 2조4640억 원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집계한 이달 25일 기준 외국인 원화 채권 잔고는 222조6502억 원으로 작년 12월 말 228조5679억 원 대비 5조9177억 원 감소했다. 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순매도한 것은 ‘1월 기준’으로 지난 2019년 1월(1조6352억 원 순매도) 이후 4년 만이다.

채권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나타나는 이유로는 한국·미국 간 금리차, 달러화 약세 등이 꼽힌다. 이달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올리기 전까지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1.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다만,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간 내외금리차 확대는 이론적으로 자본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금리차와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 간의 연관성은 낮다는 측면에서 주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중 중장기성향 투자자는 자국 외화보유액 감소 여부에 따라 통화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 등으로 달러화 비중이 높은 외화보유액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원화 채권 매도가 나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달러화 약세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상돼 국내 채권 투자에 매력이 떨어졌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이 아닌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채권 금리 스프레드, 신흥국 가산금리, 주식 변동성 등 여러 금융 지표를 종합해 세계 경제의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공포 지표인 ‘시티 매크로 리스크(Citi Macro Risk)’ 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2포인트대까지 하락했다. 해당 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초 0.8포인트를 넘어선 바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이 더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4분기부터 두드러진 내림세를 보인 달러화 약세가 위험 선호 흐름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 약세는 미국 외 지역의 상대적 매력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업 중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도 이익개선에 도움이 되므로 이익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달러화 약세는 미국 증시에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7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 6조9416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주식시장에서 유출되던 상황과는 반대다.

국내 국채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순매수 경향이 나타난다. 국채선물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금리 방향성을 베팅하는 성향이 짙다. 26일 기준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는 7만9399계약, 10년 국채선물은 3만3664계약으로 집계된다. 김명실 연구원은 “1월 금통위 이후 외국인은 3년 선물을 1만5000계약 넘게 매수했다”며 “2월 금리 동결 및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더불어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 이어 1분기에도 성장률 둔화 압력이 다시금 확인된다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수가 현물 매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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