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에 교통비까지" 쓸 돈이 없다…올해 경제의 덫 '소비 부진'

입력 2023-01-29 16:41 수정 2023-01-3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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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구 공공요금 부담 1만4962원↑…작년 4분기 민간소비, 감소세로 전환

소비 회복 여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별 경기 회복을 판가름할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소비까지 부진해지면 경제 전반이 동력을 잃고 하강국면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각인 국무원은 28일 "수요 부족이라는 두드러진 문제에 대응해 소비의 빠른 회복이 경제의 주요 동력이 되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춘제 연휴(21∼27일) 이후 첫 근무일인 이날 국무원은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작년 목표치(5.5% 안팎)에 크게 미달하는 3.0% 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사실상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원년인 올해 경제 회생에서 소비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경제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난방비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이어 생활필수품 물가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얇아질대로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이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가스 도매요금은 지난해 주택용을 기준으로 인상률이 42.3%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 거주하는 4인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지난해 3월 기준 2만8440원에서 올해 초 3만9380원으로 1만940원(38.5%) 올랐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월 5만2000원대에서 올해는 5만7000원대로 뛰었다. 전기와 도시가스를 둘 다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공공요금 부담이 월평균 1만4962원씩 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서울은 8년 만에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택시는 이미 다음 달부터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올린다.

서민들의 소비와 직결되는 생필품 값도 연일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다.

다음 달 가격 인상 예고 품목은 생수, 음료, 햄버거에 아이들 간식거리인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다양하다.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 등 제품 가격을 평균 약 5.1% 인상하고, 제주도개발공사도 제주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올린다. 웅진식품도 하늘보리 등 20여 종의 음료 가격을 평균 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인 빙그레의 메로나와 비비빅 등의 가격 인상률은 평균 20%에 달한다. 롯데제과는 죠스바와 월드콘 등 빙과류 제품과 몽쉘 등 과자류 값을 100~200원 상향 조정한다. 또 롯데제과 만두와 돈가스 등 냉동식품 가격도 5~11% 인상된다. 농심켈로그도 콘푸로스트 등 시리얼 제품 가격을 10% 내외로 올리고, 해태제과도 내달 16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17.6% 인상한다. 빵값도 비싸진다. SPC삼립 정통크림빵 등 일부 제품 편의점 판매가 평균 인상률은 약 20%, 파리바게뜨 95종 제품 빵 가격 평균 인상률은 6.6%다.

이번 가격 인상은 여러 비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 때문이다. 또 최근 전기·가스비 인상도 생필품 가격에 영향을 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인건비에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원가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은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높아지며 가맹점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판매가 조정”이라며 “실제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가 크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통업계는 시장 선두 업체들이 가격 인상 물꼬를 트면, 경쟁업체들도 가세하는 가격 인상 도미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본지 취재 결과 업계 선두인 빙그레, 롯데리아, 제주삼다수 등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자 타 업체들도 인상 시기 검토에 돌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 입장에선 인상에 나서기 수월해지는 건 사실이다. 적극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년 대비 1.1% 감소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6%)을 하회했다. GDI는 국내 거주인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으로,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다. 실질 GDI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져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늘면서 소비는 움츠러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집계됐다. 이 중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지난해 2분기(2.9%)와 3분기(1.9%)에 살아났던 민간소비는 다시 0.4%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전제품·의류 등 재화와 숙박·음식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수출까지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를 '역성장의 늪'에 빠뜨렸다. 4분기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0.2%포인트(p), 순수출이 -0.6%p로 집계됐다. 민간소비와 순수출이 성장률을 0.8%p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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