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자체의 건의를 국토부가 일부 수용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조치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국토부-부울경 지역발전협력회의’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문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관리와 계획고권(計劃高權: 지자체 스스로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의 전폭적인 이양이다.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처음 도입한 영국의 경우 그린벨트 구역 지정이나 변경, 해제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지방정부 주도로 진행한다. 다만 중앙부처인 환경교통부가 계획지침(PPG)을 작성하고 이에 따라 지방정부가 기본계획(Structure Plan), 지방계획(Local Plan)을 수립하여 관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해제에 대한 지방정부의 입장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부 및 북부에서는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 유치나 주택건설에 필요하다면 개발제한구역 토지의 일부를 개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반면에 런던 주변의 12개 카운티는 대체로 개발제한구역 보전에 적극적이며, 이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는 지방정부의 지역 특성에 맞추어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1년 1월 19일 도시계획법 개정을 통해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도입되어 전국 14개 도시권에 개발제한구역 5397.1㎢가 지정되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 선거공약 이행과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큰 폭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 다양한 연구와 논의 끝에 ‘선계획·후개발’이라는 원칙을 세워 1999년 7월 22일에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7개 대도시권은 환경평가 후 광역도시계획을 통해 부분 조정하고, 7개 중소도시권은 친환경적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전면 해제키로 하였다. 특히 집단취락 등 구역지정이 불합리한 지역은 우선 해제하도록 했다.
2000년에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토지매수청구제도, 주민지원사업 등을 도입하였다. 이 시기에 전국 7개 대도시권에 총 342.8㎢의 해제가능총량이 부여되었으며 이 중 수도권(124.5㎢)에 가장 많은 면적이 배정되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조정 및 관리제도’를 발표하여 공공주택건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단지조성 등 공공 및 공익상의 개발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약 188㎢의 개발제한구역 추가 해제를 허용하였다. 그러나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서 정하고 있는 2020년까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가능총량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현재 각 권역별로 ‘2040년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가능총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가능총량 설정과 관리는 광역도시계획 수립을 통해 비교적 공공성과 환경성의 균형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기본계획 승인권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했듯이 광역도시계획 승인권도 지자체에 이양해서 해제가능총량을 지역의 책임하에 환경적·계획적으로 관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중앙에서는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지역의 관리 능력을 의심하고 있을지 몰라도 그동안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50년 이상 지나는 과정에서 지방의 역량도 향상되었다.
또한 해제로 인한 난개발 및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대부분 공공주택사업, 사회복지사업, 녹지확충사업, 산업단지 조성 등 공익적 목적으로 공영개발을 원칙으로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국책사업과 지역현안사업에 활용해 왔다. 정부는 ‘원칙 있는 해제, 꼭 필요한 만큼’의 공영개발 조건을 만들고 개발제한구역 관리는 이제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