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국민은 추워 떠는데 추경이 대수인가

입력 2023-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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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연초부터 국회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논의가 활발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에 7조2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물가 지원금 지급과 함께 20조 원 규모의 추경과 민생프로젝트 협의를 제안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6조4000억 원 규모의 추경으로 전 국민에 10만 원씩 3개월을 지원하자고 한다. 언론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편성에 대해 당분간은 없지만, 상반기를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펴면서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640조 원 규모 예산을 통과시킨 게 엊그제고 이제 막 집행을 시작하고 있는데 추경을 하는 건 재정 운용의 ‘ABC’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동안 역대 경제부총리들이 초기에는 추경 불가론을 펴다가 추경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바꾼 경우가 많아 마냥 믿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추경을 할 만한 상황이면 과감하게 추경을 해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규제가 완화되면서 코로나19가 끝나가는 모습이지만 코로나19로 3년 연속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됐다. 그 규모만 43조5000억 원에 달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액수가 부족했다고 지적하지만 그나마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큰 힘이 됐다.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다. 지난해 2.6%보다 낮고 2021년 6.7%와 비교하면 경제위기 급이다. 한 총리의 말처럼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경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절대 안 된다고 외치는 정부다. 사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1.6%에 그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첫해 예산안인 올해 예산안은 5.2%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5.1%였다는 점에서 정부 재정의 역할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쓸 곳은 많지만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물가상승률 정도로만 지출을 늘렸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올해 국세수입이 1%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성장률이 1%대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간 최대 60조 원의 감세를 추진한 현 정부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난방비 폭등 사례만 봐도 그렇다. 재정에 예비비를 더해 취약계층에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가스요금이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추가로 예비비를 동원해 땜빵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 예고되는 전기료 폭등은 또 어쩔 것인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정부가 난방비 급등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바우처 대상으로 취약계층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한다면서도 재원과 관련해서는 "정부 예비비도 있고 국가재정을 허리띠 졸라매면서 운영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 재정은 늘릴 수 있는 마법의 열쇠는 없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최대 약 9조7000억 원의 세금 감면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국민의힘과 현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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