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연말연초 성과급 없어
기업 자율적으로 초과익 배분
절대 비교ㆍ위화감 조성 피해야
올해 기업들의 성과급 잔치로 떠들썩한 가운데 성과급이 ‘0’(제로)인 기업들이 울상이다. 원자재값 상승 등 글로벌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독일에 본사를 둔 굴지의 국내 화학사의 경우, 올해 성과급은 ‘0’(제로)다. 업황 악화로 성과급 지급 기준에서 탄소배출량 지표를 제외하고 EBITDA(에비타,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등 모든 영역 달성 실패로 처음으로 성과급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롯데케미칼, 여천 NCC, 대한유화 역시 성과급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도 2020년 이후 성과급이 나오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회사들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게 적자의 배경”이라며 “지난해, 재작년은 수주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전에는 수주목표 달성이 어려웠다. 일감도 없었고 성과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재작년 성과가 올랐을 때 성과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앞으로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성과급 기준 지표가 기업마다 제각기 달라 절대적 비교가 어렵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 철강기업은 매달 기본급과 성과급이 분산돼 지급되는 구조로, 연말·연초 결산 이전 혹은 이후 지급되는 대다수 기업과는 다른 실정이다. 이에 연말·연초에 추가로 납기 되는 부분은 없고, 매년 임단협을 통해 결정되는 비율은 소급 적용이 되기도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시황이 안 좋은 상태긴 한데 원자재값이 올라, 이러한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반기별로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지급했지만, 초과이익성과급(OPI)은 따로 지급하진 않았다. TAI는 반기마다 계열사별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삼성중공업이 TAI를 지급한 건 2015년 이후 약 7년만으로, 사업부나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오랫동안 조선 업황이 안 좋아서 조선업계가 계속 구조조정도 하고 2년간 수주목표 달성했다. 이번에 OPI를 따로 지급하진 않았지만, 올해 흑자전환을 예고했고 앞으로 2023년 흑자전환이 실현되면 OPI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의 배경은 차라리 초과이익분을 직원들에 나눠줌으로써 기업이 초과이익을 줄여 세금을 감세 받는 목적도 있다”며 “이러한 배경을 잘 고려해 성과급에 대한 절대적 비교나 위화감 조성은 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이윤에 대해선 사내유보할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 생산성을 위해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며 “이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되 비교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분도 있어 상대적으로 인센티브를 못 받는 계층에 대한 배려도 기업 자율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