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넘어 산’ 가구업계…“원자재값 숨돌렸더니, 부동산 침체”

입력 2023-01-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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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가파른 금리 인상과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가구업계가 전례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 국내 1위 가구ㆍ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약 2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것으로 관측된다. 가구업계는 주택시장의 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께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약 5000억 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같은 기간 실적 대비 약 1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분기에 이어 적자전환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적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한샘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41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다. 업계에선 현대리바트와 신세계까사, 이케아 등의 실적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구업계는 지난해 주택 거래량이 곤두박질을 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작년 주택 거래량이 전년의 절반 수준인 54만 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2006년 한국부동산원이 주택 통계를 발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마저 커졌다. 업계는 이같은 실적 악화를 조금이나마 방어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2~3차례씩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인상 도미노는 새해에도 이어졌다. 현대리바트가 침대ㆍ소파ㆍ의자 등 가정용 가구 품목가격을 약 5% 인상했다. 이달 부엌용‧수납용 품목 일부의 가격을 평균 2.7% 올린 한샘은 내달에도 주요 가구 가격을 최대 8% 올릴 예정이다.

업계는 작년 말부터 목재 가격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상반기엔 가구업계를 옥죄던 원가 압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당 최대 90만 원까지 폭등했던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작년 12월 기준 최대 49만5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재고 보유량, 원가율 적용 시점 등에 기업 정책에 따라 원가 적용 시점이 달라진다”면서도 “최근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목재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적 회복은 올해 하반기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주택시장 거래량이 소폭 개선될 조짐을 엿보이고 있지만 이를 ‘정상화’의 신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작년 10월 560건 △11월 733건 △12월 834건을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1000건을 밑돌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되는 시점부터 부동산 시황이 조금씩 회복될 수 있고, 특히 가격보다는 거래량이 먼저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 리모델링 업체의 실적 회복이 먼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은 악화일로에 놓인 실적을 방어하고,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존 집에 살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수요를 위해 부분공사 특화상품인 ‘심플패키지’를 올해 선보였다. 무한책임 리모델링도 간판 사업으로 내걸었다. 내달에는 홈리모델링 전문 콘텐츠와 리모델링 공사 전반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춘 통합 플랫폼을 론칭한다.

김진태 한샘 대표는 지난해 열린 ‘리더스데이’에서 “내년에는 올해 이상으로 의미 있는 변화와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현대리바트도 ‘리바트 집테리어’ 영업망 '리바트 토탈'을 확대하는 데에 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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