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위, 故 변희수 하사 순직 재심사 권고한다

입력 2023-01-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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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림 기자 wiseforest@)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故) 변희수 하사에 대한 순직 심사가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3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변 하사의 죽음을 ‘일반 사망’으로 처리한 군 당국 결정에 재심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인권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국방부에 변 하사의 순직 재심사를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군인권센터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에게 “공무원이 차별을 겪다 사망에 이르렀는데 공무와 관계가 없다는 것은 상식과 전례를 초월한 황당한 행태”라며 재심사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방부도 인권위 권고에 따라 재심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인권위 권고가 있으면 국방부는 순직 재심사에 착수해야 한다. 군인의 사망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으로 나뉜다. 지난해 12월, 육군은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공무상 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결정했다.

이번 인권위의 결론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군 진상위)의 순직 권고와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부당한 전역 처분이 주된 원인이 돼 변 하사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순직 결정을 권고했다. 당시 군 진상위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소견 및 심리부검 결과, 고인의 SNS·메모, 강제 전역 이후 심리상태에 대한 지인 증언 등을 토대로 부당한 전역처분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군 당국의 심사 과정도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육군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 결정서’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자료, 병원 의무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심층 깊게 논의한 결과,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어 순직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고만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적 검토’라는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유와 판단 근거는 없었다.

군 당국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 법무관 출신의 김정민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판례들을 살펴보면, 군 당국의 병력 관리의 책임을 강조하며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추세다. 우울증 사망의 건도 병력 관리의 과실을 고려, 포괄적으로 인과관계를 본다”고 짚었다. 이어 “그간 군 당국은 성소수자 군인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전역을 시켰다. 이는 변 하사의 우울증과도 연관이 깊은데 군은 여전히 모르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이 순직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미 군은 군 진상위의 순직 권고에도 어긋난 판단을 내린 상태다. 또 2020년 12월, 인권위는 변 하사에게 심신장애 기준을 적용한 뒤 전역처분을 내린 육군의 결정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육군에 변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및 권리 회복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육군은 “적법한 행정절차”라며 권고 미이행 사유를 인권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변 하사는 2019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듬해 강제 전역 처분되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첫 변론을 앞둔 지난해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당국은 ‘전역 후 사망’을 이유로 순직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군 진상위가 변 하사의 사망 시점을 ‘군인 신분’ 당시로 밝히면서 순직 심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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