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초고령 사회의 금기, 프랑스의 연금개혁

입력 2023-02-0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현정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힘차게 시작한 새해에 프랑스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전쟁도 에너지 부족도 아니었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이 프랑스 사회 전역을 들끓게 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직군별 연금제도의 통합 등 여러 세부사항을 담고 있으나, 프랑스 국민은 두 가지 사항에 집중하고 있다. 은퇴연령의 연장(현행 62세에서 64세로 변경)과 근속기간의 연장(연금 전액 수령을 위한 기간 42년에서 43년)이다. 프랑스 국민은 이번 개혁안을 ‘더 늙을 때까지, 더 길게 일하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기간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은퇴연령 65세로의 연장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이마저도 유보한 입장이라 주장하고 있다. 1월 19일 1차 총파업 이후, 31일 대규모 2차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프랑스 정부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부분의 산업사회가 저출산 고령화로 비롯된 다양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궁극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관한 실질적 고민의 종착역은 연금개혁이다. 경제발전과 인구증가라는 산업사회의 전형에서 설계된 연금 시스템은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는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프랑스는 길어진 은퇴 후의 삶을 위해 탄탄한 연금 시스템을 설계해 왔다.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는 비교적 높은 세금 구조를 통해, 은퇴연금이 노동인구 평균소득의 100% 이상에 달할 수 있도록 연금구조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이에 프랑스 노동자들은 은퇴 후의 삶을 꿈꾸며, 높은 세금과 고물가로 인해 실질소득이 낮은 구조임에도 노동기간을 묵묵히 이행해 왔다. 2019년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측되었던 프랑스는 2010년 초 이미 연금개혁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60세에서 62세로의 은퇴연령 연장, 65세에서 67세로의 연금 수급연령 연장이 단행되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금구조는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첫 대선행보 때부터 연금개혁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2004년 은퇴자 대비 노동자의 비율이 1명당 2명이었으나, 2019년 1.7명으로 낮아졌으며, 2040년 1.5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은퇴자와 노동자 간 연대에 의해 작동되는 재분배 정책의 표본인 연금제도가 취약한 사회구조에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차 세계대전 후 사망 대비 출생 과잉의 베이비 붐 세대는 역동적으로 프랑스 사회 산업 발전을 이끌었으나, 현재 연금 생태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고갈도 문제이지만 다양한 직군에 서로 다른 연금시스템이 적용되는 데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보편적 연금 시스템으로의 직군별 연금제도 통합을 통해 사회공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번 연금개혁에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었다. 당시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시도는 2018년 격렬했던 노란조끼 시위로 저지되었으며,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예되어 왔다. 재선 성공 이후 마크롱 정부는 몇 년을 묵힌 연금개혁안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내 노동조합은 법적 정년 연기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작년 12월 초 전체 노조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정치적으로 연금 시스템의 재정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연금 체계에서 적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03년에도 2013년에도 연금 시스템 유지 가능성에 관한 반복된 질문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국민공감대 없이 진행되는 연금개혁이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금제도의 균형을 위한 불공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크롱 정부가 단행한 직군별 연금제도 통합은 위험한 직군에서 고된 업무에 처해 상대적으로 빠른 퇴직을 맞이하는 간병인, 경찰관, 교도소 직원, 항공교통 관제사 등의 특수 직군에 대한 은퇴연령 연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파업과 반대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초고령 사회에서 연금체계의 변화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연금개혁으로 비롯될 세대 간 갈등, 직군 간 갈등을 고려하고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사회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동행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기도 품절이라고요?"…Z세대 '뷰티 방앗간' 된 다이소, 다음 대란템은? [솔드아웃]
  • ‘슈팅스타’ 오늘 첫 방송…‘큰 산’ 최강야구 넘을까? [해시태그]
  • 우리은행장 교체 수순…차기 행장 후보 내주 윤곽 나올 듯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더 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후보 6선…각 작품 경쟁력은? [딥인더게임]
  • "동덕여대 손해배상 상대 특정 어려워…소송 쉽지 않을 것"
  • 트럼프 등에 업은 머스크, 베이조스 겨냥…“그는 트럼프 패배 원했다”
  • 이재명, 또 입단속…“거친 언행 주의해달라”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329,000
    • +0.41%
    • 이더리움
    • 4,654,000
    • -1.4%
    • 비트코인 캐시
    • 673,000
    • -3.17%
    • 리플
    • 2,025
    • +27.44%
    • 솔라나
    • 360,200
    • +5.01%
    • 에이다
    • 1,264
    • +12.56%
    • 이오스
    • 969
    • +4.19%
    • 트론
    • 279
    • -0.36%
    • 스텔라루멘
    • 410
    • +19.8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450
    • -6.83%
    • 체인링크
    • 21,350
    • -0.33%
    • 샌드박스
    • 494
    • +0.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