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원전 10기 수출에 속도를 높였다. 튀르키예와 원전 사업 협상을 마친 후 곧바로 영국과도 협의를 진행했다. 원전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영국의 원전 수주를 따내게 된다면 향후 원전 수출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2일 한전은 정승일 사장이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영국을 방문해 정부, 의회, 산업계의 고위 인사들과 만나 원전 사업 추진 방향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달 30일엔 튀르키예를 찾아 원전 협의에 나선 후 곧바로 영국을 찾아 또 하나의 수주전에 가세했다. 한전은 2017년부터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지만, 협력 기업이던 도시바와 이견을 보였고, 2018년 우선 협상대상자 지위에서 해제됐다. 이후 2018년 도시바가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를 청산한 후 부지를 반환해 영국의 원전 사업은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영국이 원전 사업에 재차 관심을 보이며 한국은 주요 수주 대상자로 떠올랐다. UAE 바라카 원전 사업 이후 한국형 원전의 기술에 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건설 기간 안에 사업을 끝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정 사장은 영국 의회가 후원하고 영국 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해 100여 명의 영국 상·하원 의원과 정부, 산업계의 고위 관계자 앞에서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성과를 공유하고 영국 원전 사업에 대한 의지를 알렸다.
또 그랜트 샵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을 만나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사장은 "UAE 바라카에서 전 세계 유일무이하게 주어진 예산으로 주어진 시간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부지 중 하나인 월파 지역의 버지니아 크로스비 보수당 의원을 비롯해 브라이오니 워싱턴 상원의원, 존 위팅데일 한국 담당 무역 특사와도 면담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원자력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전의 영국 원전 사업 참여 관련 조언을 듣고 협조를 요청했다.
만약 영국 원전 사업의 수주를 따낸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루마니아 등 주요 원전 수출국의 신뢰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상업용 원자로를 최초로 운전한 나라로 '원전 종주국'으로 불린다.
정 사장은 "영국에 원전을 수출한다면 원전 종주국으로 수출이라는 상징성이 매우 큰 쾌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의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