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물가 ‘복병’...유럽 덮친 ‘임금인상’ 시위

입력 2023-02-02 13:19 수정 2023-02-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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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50만 명 임금인상 요구하며 거리 시위
12년 만의 최대 규모 파업에 철도 운행 30% 중단
물가상승률 연간 10.5%...공공부문 임금인상률 4~5%
프랑스·핀란드 등도 줄줄이 파업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1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런던(영국)/AP연합뉴스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1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런던(영국)/AP연합뉴스
유럽이 물가 급등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근로자 50만 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앞서 프랑스에서도 대규모 파업이 잇따랐다. 물가가 뛴 만큼 임금을 올려달라는 이유에서다. 봇물 터진 임금인상 요구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또다시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세계 경제도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영국 전역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교사, 공무원, 트럭 운전사, 공항 직원 등을 포함해 참가 인원만 50만 명에 달했다. 12년 만의 최대 규모 파업 시위라고 WSJ는 평가했다. 이날 파업 시위로 수천 개 학교가 문을 닫고, 철도 운행 3분의 1이 중단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임금인상이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못 따라가면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 파업을 주도했다. 공공 부문은 정부가 임금인상을 억제하면서 실질임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영국 연간 물가상승률은 10.5%에 달했지만 공공 부문 임금 인상률은 4~5%에 그쳤다. 파업에 참가한 구급차 운전기사 마커스 데이비스는 WSJ에 “부자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물가 상승에 맞춰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민간 부문과의 격차도 시위를 부채질했다. 민간 부문의 경우 인력난이 심화하자 임금을 빠르게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공공 부문 실질임금은 2007~2022년 평균 4% 하락했다. 민간 부문이 평균 0.9% 오른 것과 대조된다. 특히 해당 격차는 인플레이션이 치솟기 시작한 지난 2년간 악화됐다.

유럽 내 다른 국가들에서도 임금인상 요구 시위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약 20만 명 규모의 핀란드 산별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 논의를 거부하며 이달 대규모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협상안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도 정유·철도 노동자들이 생활물가 급등을 못 견디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발하는 2차 총파업이 전날부터 시작돼 수백만 명이 또다시 거리를 메웠다.

봇물 터지듯 번지는 임금인상 시위는 가뜩이나 어려운 유럽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물가가 최근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10.6%로 정점을 찍은 이후 석 달 연속 둔화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를 여전히 훨씬 웃돈다.

최근 에너지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물가 우려를 부채질한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대표지수인 네덜란드TTF 3월물 선물 가격은 유럽 한파가 예보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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