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찬 ‘중곡동 살인’ 범인…11년 만에 국가가 유족에 배상

입력 2023-02-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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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 살인사건’ 서진환이 2012년 8월 24일 범행 현장에서 사건을 재연하는 모습(연합뉴스)
▲‘중곡동 살인사건’ 서진환이 2012년 8월 24일 범행 현장에서 사건을 재연하는 모습(연합뉴스)
일명 ‘중곡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약 2억 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1일 서울고법 민사 19-2부(김동완 배용준 정승규 부장판사)는 피해자 남편과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를 대상으로 피해자 남편에 손해배상금 약 9375만 원, 두 자녀에게 각각 595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12년 8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30대 주부 A 씨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는 사이 집에 몰래 들어간 범인 서진환(당시 43세)은 귀가한 A 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했다. 서진환은 중곡동 범행 13일 전에도 대낮에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주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경찰은 서진환을 체포한 후에야 그가 위치추적용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서진환은 성폭행을 비롯한 중범죄를 저지른 전과 11범으로 2011년 12월 출소하면서 전자발찌를 착용했다. 이듬해 A 씨의 유족인 남편과 두 자녀는 국가가 서진환의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며 3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족은 서진환의 살인 범행 전 중랑구의 성폭행 현장에서 DNA가 발견됐는데 경찰과 검찰이 DNA를 통합 관리하지 않아 조기 검거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에 서진환이 성범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보호관찰기관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했다.

1·2심 재판부는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의 잘못이 있긴 하나 경찰과 교정당국의 조처가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잃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7월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서진환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자신의 위치 정보가 전자장치를 통해 감시되고 있음을 인식했다면 이처럼 대담한 범행을 연달아서 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며 “경찰관·보호관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최초 범행 장소 부근에서 전자발찌 부착자를 경찰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호관찰관이 주기적으로 감독업무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현저한 잘못으로써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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