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선진국 경제 전망…미국 ‘연착륙’ 기대감 솔솔 vs. 유럽, 부동산시장 불안

입력 2023-02-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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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정부 비상자금 1368억 달러로 사상 최대
1월 비농업 고용 51만7000명 증가
서머스 “연착륙 가능성 더 커져”
유럽, 부동산 경기 급랭에 금융위기 경고음
한국 셈법 복잡해져

선진국들의 경제전망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도 양호한 경제지표가 쏟아지며 ‘연착륙’ 가능성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반면 유럽은 금리가 무섭게 오르면서 부동산시장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정부들이 쌓아둔 ‘준비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미주정부예산담당관협회(NASBO) 분석 결과, 2023 회계연도 ‘비상기금(Rainy-day Funds)’이 1368억 달러(약 171조 원)로 1988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비상기금은 예상치 못한 적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잉여세수에서 떼어내 쌓아둔 것으로, 예산안정자금으로도 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가 빠르게 반등에 성공하면서 세수가 늘었고, 연방정부의 지원금도 주정부의 곳간을 두둑하게 만들었다.

주정부의 탄탄한 재정은 경기침체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39개 주가 경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손실분을 메울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주 및 지방정부에 현금이 넘친다”며 “올해 경제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도 연착륙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3일 미국 노동부는 1월 비농업 고용이 51만7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8만5000개)를 세 배가량 웃돈 것이다. 실업률은 3.4%로 내려 1969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고용지표 발표 후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CNN 시사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다”면서도 “연착륙 가능성은 몇 달 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의 경기침체 공포는 더 깊어간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여파다. 독일 주택가격지수는 ECB가 11년 만에 금리 인상에 착수한 작년 7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한 여파로 시장 유동성도 악화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난해 12월 주택구입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71% 급감한 44억 유로(약 6조 원)에 그쳤다. FTSE 유로존 부동산 주가지수는 3일 기준 전년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경고했다. 부동산발(發) 금융위기가 유럽 경제 전체를 침체로 빠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가 올해 상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하반기 세계 경제회복에 힘입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한미 금리차가 커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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