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태광, 로비 스캔들 소리없는 돌파 관심

입력 2009-04-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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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난관 뚝심으로 헤쳐온 반 백년...탄탄한 재무ㆍ차입없는 경영 새틀짜기 분주

지난달 이후 재계에서는 두개의 태광이 단연 화두다. 하나는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성접대 로비 스캔들 논란이 빚어진 국내 최대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티브로드를 거느리는 태광그룹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정관계 로비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이른 바 박연차 리스트의 태광실업이 있다. 두 기업은 같은 이름을 쓰지만 엄연히 다른 기업들이다.

성접대 로비 스캔들로 세간을 달군 태광그룹의 시련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의 부인인 이선애 씨의 남동생이 야당 유력인사였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라는 이유로 군사정권 시절 태광은 고강도 세무조사를 수차례 받아야 했다. 그 때마다 고비를 넘기고 그룹이 건재할 수 있었던 점은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회자된다.

강도높은 세무조사에서 태광이 건재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이임용 회장 때부터 은행 등 외부로부터 거의 돈을 차입하지 않는 경영 때문이었다.

현재도 부채비율이 30%대 정도 수준에 머무는 재무구조는 고강도 세무조사로도 뚫을 수 없던 장벽이었다는 게 외부 평가다.

태광그룹은 이후에도 사행성 오락 파문을 일으킨 ‘바다이야기’에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 연루 의혹과 계열사인 대한화섬에 대해 '장하성 펀드’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공방을 벌이다 이를 수용하는 등 숱한 사태를 겪었다.

재계에서는 가장 외부에 노출을 자제하는 기업으로 태광그룹을 꼽고 있다.

이임용 회장 때부터 이어진 '조용한 경영'은 현재 이호진 회장으로도 그대로 승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호진 회장은 이른 바 '은둔의 경영자’또는 '얼굴 없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태광그룹은 그 숱한 시련을 소리도 없이 특유의 뚝심과 돌파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이번 성접대 파문도 어떠한 형태로 헤쳐 나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섬유로 출발 미디어와 금융으로 성장

태광그룹은 창업주인 이임용 회장이 1954년 부산에 모직 공장을 차리고 태광산업을 설립하면서 태동했다.

이후 태광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한동안 한국 최대수출품이었던 섬유를 기반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창업주의 1996년 타계 후 3남인 이호진 현재 회장은 1997년 태광산업 사장을 거쳐 2004년 외삼촌인 이기화 전 회장 사퇴와 맏형인 이식진 전 부회장 별세로 회장직을 승계했다.

이호진 호(號)의 태광은 소리없는 변신을 시도중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한국에서 사양산업에 접어든 섬유를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종합유선방송과 금융 등 두 갈래로 삼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디어 부문에서 이 회장은 2003년 이후 집중 투자하고 있다. 1997년 안양방송으로 시작한 티브로드는 2003년 한빛방송 등 SO 8개를 인수하며 국내 최대 SO로 등극했다.

최근에는 업계 6위로 7개 권역 SO를 운영하던 큐릭스를 인수해 방통위로부터 합병과 관련한 최종 인가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성접대 로비 스캔들이 터졌고 방통위는 합병인가를 연기한 상태다.

이 회장은 금융 쪽도 덩치를 키워왔다. 현재 태광은 흥국생명, 흥국화재해상, 흥국투신용, 고려상호저축은행과 예가람상호저축은행 등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태광의 계열사는 현재 44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서 재계 42위(공기업 제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공정위가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함에 따라 태광은 지정에서 제외됐다.

◆ 적대적 M&A 통한 경영권 위협 가장 낮아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는 적대적 M&A로 경영권이 위협받을 구석이 없다는 게 외부 평가다.

태광의 지배구조의 핵심은 이호진 회장과 그룹의 모태인 태광산업에 있다. 그외 대한화섬과 방송사업을 지배하는 티브로드홀딩스도 큰 축을 형성한다.

이 회장은 올 4월 10일 현재 태광산업 15.14%, 대한화섬 15.39% 외에도 티브로드 지분을 100%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유덕물산, 동림관광개발, 성광산업, 태광리얼코, 태광시스템즈도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력을 강화한다.

그룹 핵심인 태광산업은 대한화섬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16.74%, 다시 대한화섬은 흥국생명보험 지분 10.43%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티브로드홀딩스 지분 55.32%를 보유하고 있다. 티브로드홀딩스는 방송사업 관련 계열사들에 대한 출자를 통해 해당 사업군을 장악하고 있다.

◆ 3세 후계과정서 계열분리 이뤄지나

아직 이호진 회장이 40대 후반이라 이른 예측은 있지만 태광그룹의 3세 후계구도에서도 여타의 그룹들처럼 계열분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태광의 3세 후계구도에서는 이호진 회장의 아들인 현준씨와 이 회장의 맏형인 고 이식진 부회장의 아들인 원준씨가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핵심계열사들에 대한 지분확보에서 태광가 장손인 원준씨가 우세하다는 평이다. 원준씨는 태광산업 7.49%, 유덕물산 26.59%, 서한물산 35.72%, 성광산업 38.3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현준씨는 한국도서보급, 태광리얼코, 태광시스템즈 지분을 50%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태광의 3세 후계과정에서 계열분리가 조심스럽게 예측되는 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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