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 되면

입력 2023-02-0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금년 중 분명히, 어쩌면 두 달 뒤인 4월 14일을 기점으로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여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 같다. 추정치라고는 하지만 유엔(UN)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라서 정확한 날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4월 15일에는 인도 사람의 수가 14억2577만5850명이 된다고 한다. 인도나 중국이나 모두 두메산골에서는 출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인구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인도의 인구는 계속 늘고, 중국은 반대로 절대적인 인구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라 올해 중으로 두 나라의 위치가 바뀌게 될 것은 자명하다.

세계 1위라는 것이 분야를 막론하고 자랑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1위를 뺏길 중국이나 1위를 차지하게 된 인도 모두 축하보다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두 나라 모두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한 나라는 너무 빨리 인구가 줄고, 다른 나라는 너무 빨리 인구가 늘어났다.

먼저 중국부터 살펴보자. 중국은 원래부터 사람이 많았지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배경은 마오쩌둥 시절 인구가 국력을 상징한다는 신념으로 출산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국공내전 당시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홍군의 전력으로 기계화 병력의 국민당 군대를 물리쳤던 경험이 있다. 그에겐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구호를 외치는 군중이 서방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무기였다.

덩샤오핑은 그 반대로 너무 많은 인구에 부담을 갖고 강력한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급속한 도시화의 진행과 함께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하락하고 이러한 추세는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된 다음에도 계속되었다. 과거 경제 급성장기에서는 인구구조에서의 장점이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인구문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 벌써 노인의 나라가 된 셈이다.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전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값싼 제품, 가성비 좋은 제품을 넘어 품질로 경쟁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중국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방위적인 반도체 제재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결정타를 먹였다. 일할 사람은 줄고, 부채는 많고, 기술발전은 요원하다.

인도의 문제점은 젊은 사람은 넘쳐나는데 정작 기업에서 쓸 만한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고, 외국기업이 활동하는 데 사회적, 지역적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6%로 아시아 최저수준이고, 실업률 역시 8.3%로 매우 높다(2021년 기준). 사람은 자꾸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지금도 부족하다. 인도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정도다(중국은 약 41%). 제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그런데 인도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하기보다 서비스산업에서의 혁신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필리프 아기옹 외, ‘창조적 파괴의 힘’, 2022). 인도에서는 서비스산업에서의 고용 증가율이 제조업보다 높고, 서비스산업 비중이 큰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더 높았다. 과거 중국의 경험처럼 인도가 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보다 인도의 장래는 조금은 더 밝을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인도 경제에 상당한 반사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국가이긴 하지만, 그동안 아시아의 반도체 공급망은 한국, 일본, 대만이 중심이었다. 미국이 구축한 칩4 동맹으로 대만 TSMC는 이전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와의 관계를 조만간 정리해야 한다. 대신 나름의 반도체 생태계를 갖고 있으면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 발전한 인도가 새로운 파트너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권석준, ‘반도체 삼국지’, 2022). 인도의 반도체 스타트업이 TSMC는 물론 세계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과도 활발한 협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 투자한 거의 모든 기업이 사업하기 좋았던 호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지위를 누리는 우리 기업들이 아직은 있다. 양질의 노동력, 잘 정비된 사회간접자본, 지방정부의 양호한 행정력, 비교 불가의 구매력 등 중국은 매력이 넘치는 나라였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어떤 나라를 떠올려도 중국만큼 종합적인 투자 인프라를 갖춘 나라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과거의 중국이 아닌 현재의 중국, 앞으로의 투자환경을 생각하면, 개별 사업별로 중국 리스크를 분산시킬 방도를 찾아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도 여전히 한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겠지만, 올인하기엔 부담이 크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신라면·빼빼로·불닭까지...뉴욕은 지금 K푸드 앓이중[가보니(영상)]
  • 수험생 정시 입결 활용 시 “3개년 경쟁률·충원율 살펴보세요”
  • 트럼프, 2기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CEO 베센트 지명
  • 송승헌ㆍ박지현, 밀실서 이뤄지는 파격 만남…영화 '히든페이스' [시네마천국]
  • 강원도의 맛과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단단단 페스티벌' 外[주말N축제]
  • 野, 오늘 4차 주말집회…‘파란 옷, 깃발 금지' 먹힐까
  • '위해제품 속출' 해외직구…소비자 주의사항은?
  • “한국서 느끼는 유럽 정취” 롯데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899,000
    • -1.1%
    • 이더리움
    • 4,755,000
    • +3.73%
    • 비트코인 캐시
    • 710,500
    • +4.87%
    • 리플
    • 2,082
    • +3.27%
    • 솔라나
    • 357,400
    • +0.87%
    • 에이다
    • 1,473
    • +10.42%
    • 이오스
    • 1,068
    • +6.16%
    • 트론
    • 297
    • +6.45%
    • 스텔라루멘
    • 721
    • +66.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8,400
    • +5.69%
    • 체인링크
    • 24,490
    • +14.23%
    • 샌드박스
    • 596
    • +19.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