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반(反) ESG 정책의 대가

입력 2023-02-0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투자에도 유행이 있다. 과거에는 생산성이 높아서 매출과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환경, 사회 그리고 기업의 지배구조까지도 고려해서 투자하는 시대가 되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 ESG ETF, ESG 주식 등 ESG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글로벌 금융업계가 기후 보호를 위한 투자 프로젝트와 ESG 적합기업에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여름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하면서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는 것과 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물적 피해가 기업에 직접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물론 투자자도 ESG 투자와 관련한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에서는 ESG 투자와 관련한 위험에 대한 공시의무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활동이 생태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투자적격 증권을 평가하고 검토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ESG’로 약칭되면서 자본시장에서 점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에는 ESG에 해당하는 증권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인 35조 달러에 달했다.

한편, ESG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급격히 유행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서로 다른 두 진영에서 나왔다. 먼저 환경운동단체는 실제로는 친환경적이 아니지만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녹색으로 위장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염려하여 ESG 펀드(또는 주식)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이 합쳐진 단어로, 우리말로 ‘위장 환경주의’라고 한다.

반대로 우파 쪽 비판은 주로 미국의 공화당에서 나온다. 이들은 투자 결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려고 하며, 기후 보호 정책을 후원하거나 지원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빼라고 한다. 이러한 ESG 금지법은 현재 미국 50개 주 중 18개 주에 제정되어 있다. ESG 투자 금지와 관련하여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일부 주에서는 주정부의 연기금은 투자를 결정할 때 ESG 기준을 적용하지 말라고 한다. 다른 주에서는 공공기관이 ESG와 관련한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금지된 금융기관 중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Blackrock)이다. 회장이자 대표이사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블랙록이 투자한 회사의 사장들에게 매년 편지를 쓴다. 그는 작년에 쓴 편지에서 “모든 기업과 산업은 순배출 제로(net-zero emission) 정책에 의해 변화될 것이며, 문제는 당신이 이끌 것인가, 아니면 끌려갈 것인가이다”고 반문하였다. 순배출 제로 정책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하여 온실가스의 순(net) 배출량을 영(zero)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정책을 말한다. 이제 탄소중립 정책은 일반 기업이나 자본시장에서도 피할 수 없는 옵션이며 필수적인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텍사스 주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런 편지는 대기업 총수에게 어처구니없는 조언이다. 이러한 이유로 텍사스주의 공공기관은 현재 블랙록 및 일부 다른 대규모 기관투자자와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로 인해 5개의 주요 기관투자자가 엄청난 비용을 지급하며 텍사스주와 인근 자치단체에서 떠나게 되었다. 이렇게 텍사스 주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잠재적인 매수자가 줄어들게 되자, 주정부는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채권 매수를 유인해야 했다. 결국 ESG 금지법으로 주정부는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게 되었다.

ESG 금지법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ESG 금지법이 유지되는 경우 해당 납세자는 향후 4억1600만 달러의 이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2980억 달러의 미상환 채권에 대해 0.14%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같다. 기후문제에 대한 정쟁(政爭)의 대가(代價) 치고는 너무 비싸다.

마침 금융감독원도 그린워싱을 막고 ESG 펀드의 운용실적과 ESG와의 연관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채권에 대해서도 ESG 인증을 평가하는 지침을 마련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미국처럼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조속히 실행하는 것이 기후 보호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금상추에 배추·무까지…식품업계, 널뛰는 가격에 불확실성 고조 [식탁 지배하는 이상기후]
  • 단독 한달 된 '실손24' 60만 명 가입…앱 청구 고작 0.3% 불과
  • 도쿄돔 대참사…대만, 일본 꺾고 '프리미어12' 우승
  • "결혼 두고 이견" 정우성ㆍ문가비 보도, 묘한 입장차
  • ‘특허증서’ 빼곡한 글로벌 1위 BYD 본사…자사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 확보
  • [식물 방통위] 정쟁 속 수년째 멈춤…여야 합의제 부처의 한계
  • 이재명 오늘 '위증교사' 선고...'고의성' 여부 따라 사법리스크 최고조
  • "9만9000달러는 찍었다"…비트코인, 10만 달러 앞두고 일시 횡보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11.25 10:5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746,000
    • -1.45%
    • 이더리움
    • 4,605,000
    • -3.56%
    • 비트코인 캐시
    • 694,000
    • -3.68%
    • 리플
    • 1,900
    • -7.77%
    • 솔라나
    • 343,600
    • -4.58%
    • 에이다
    • 1,362
    • -9.02%
    • 이오스
    • 1,120
    • +2.75%
    • 트론
    • 287
    • -3.69%
    • 스텔라루멘
    • 696
    • -1.8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500
    • -5.36%
    • 체인링크
    • 24,140
    • -3.13%
    • 샌드박스
    • 1,028
    • +63.4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