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병상 축소’, 신축·이전 예산 삭감이 불러올 후폭풍

입력 2023-02-09 17:08 수정 2023-02-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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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충족 필수의료 최종기관 역할·취약계층 의료안전망 역할 불가…1000병상 이상 필요

▲국회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국회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기획재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NMC) 현대화 사업 예산 및 병상 수를 축소한 가운데, 해당 계획대로 신축·이전을 진행하게 되면 국립중앙의료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회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향’ 토론회에서 현재의 현대화 사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미충족 필수 읠 최종기관 역할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추진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 일대로 신축·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문화재조사, 메르스 사태, 소음기준 미충족 등의 사유로 지연됐다.

이어 2020년 4월 코로나19 방역이 국가적 핵심 안건으로 부각됨에 따라 사업 부지를 서울 중구 소재 미 공병단 부지로 결정됐고 본원 800병상·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중증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으로 규모가 결정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올 초 총사업비를 조정하며 본원 526병상·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중증외상센터 100병상 등 760병상으로 규모가 줄였다.

이 회장은 “본원이 526병상으로 지어진다면 필수 중증의료의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병상이 넘친다는 서울에서도 중증외상환자 전원율이 10.2%로, 전국 평균 6.2%보다 높다. 서울의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도 20.4%로 전국 평균(15.7%)보다 높다. 서울지역에서도 상황에 따라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권역 4개 의료기관이 외상황자의 최종치료를 전담하고 있지만, 평균 수용률이 90%에 못 미친다. 또 미충족 의료분야인 모자의료 또한 서울 지역은 117개 병상의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MFICU)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역할 수행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기준 국립중앙의료원은 타 공공병원(평균 4.4%)보다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율이 19.4%로 월등히 높다.

진료의 질도 하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진료 역량이 부족해 전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도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타 병원으로 전원하는 경우가 수차례다. 병상 수가 추고하게 되면 진료과목수 구성이 미달하게 되고, 우수 의료진의 확보가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고도화된 전문질환 의료서비스가 불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회장이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회장이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이 회장은 국립중앙의료원 본원의 적정 병상 수를 최소 1000병상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권역임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 15개 국립대학병원의 평균 병상 수는 988병상이며, 전국 5개 권역 감염병병원 모두 상급종합병원급의 모병원을 운영하며 평균 1027병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1000병상을 확보하지 못 하면, 의료손실 비용이 증가하고 진료기능 재투자가 감소해 병원 경쟁력이 악화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 손실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최소 1000병상 이상을 건립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보를 위해 쓰는 돈에 경제성을 따지는 게 맞냐고 물었다. 엄 교수는 “경제성을 고려해 특수부대를 운영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보건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메르스가 3개월 유행하면서 GDP 9조 원을 날렸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도 병상에 대한 손실 보상에만 7조 원 이상이 쓰였다. 신종플루, 메르스를 겪으며 국가병원 체계가 개편되고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만들자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다음 유행을 대비해 제대로 된 투자로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기재부 관계자도 참석하기로 했지만, 당일 불참을 통보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비겁한 행동”이라며 “앞으로도 안 나온다면 발전적인 방향을 얘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27년 완공 일정을 고려해 3월 설계 용역에 착수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기본 설계 10~12개월 이후 절차상으로 총사업비 협의를 한 번 더 하게 된다. 복지부는 해당 과정에서 병상 확대 등을 추가 논의할 계획이다.

이성미 보건복지부 중앙의료원 신축이전추진TF팀장은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한 장본인으로 아쉬움이 가장 큰 사람 중 하나다”라며 “낮은 병상이용률로 인해 기재부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해서 본원 526병상으로 결정됐다. 설득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입장이 다르니 어려움이 많았다. 복지부의 보도설명자료를 보면 향후 병상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정부 내 결정 절차에 따라 쉽지는 않겠지만, 아직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기재부와 협의하며 통하지 않는 벽임을 느꼈지만, 526병상으로는 향후 저희가 원하는 진료와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기재부와 지속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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