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PEF]④토종PEF에 오일머니까지 손짓...행동주의 중책도 불사

입력 2023-02-10 08:43 수정 2023-02-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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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EF 운용사 누적 운용자산
▲국내 PEF 운용사 누적 운용자산
사모펀드(PEF)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신속 과감하게 투자한다. ‘자본 시장의 꽃’이면서 ‘포식자’ ‘탐욕의 약탈자’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지분을 끌어모은 뒤 분쟁을 일으키고, 기회가 되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는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달라지면서 PEF의 위상도 달라졌다.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생을 돕는 등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가가 았는가 하면, 행동주의란 이름으로 주주권익을 찾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역할 기대”

기업 경영권에 투자하는 PEF는 2004년 12월 국내에 처음 허용됐다. 특히 국내 PEF 산업은 2015년 설립과 운용규제가 대폭 완화된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주누 출자약정액은 124조3579억 원이다. 3년 전인 2019년 9월 말(81조5423억 원) 대비 42조8157억 원(53%)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금리 인상 등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이들의 활동도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PEF 운용사의 신규 자금모집액은 2조606억 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인 2021년 3분기까지(15조3039억 원)와 비교하면 8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PEF 운용사들이 얼마나 자금 조달이 어려웠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골프존카운티의 IPO 상장이 미뤄진 상태다. 7조2000억 원 규모 홈플러스와 1조 원 규모 네파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 등 국내 주요 PE들은 1조 원 혹은 그 이상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 중동 오일머니까지 PEF에 손을 내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환경도 우호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3일 8개 PEF 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선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합리화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고,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차세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함으로써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도 높여야 한다”면서 PEF 운용사에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활동 영역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후 매각)’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해졌다. 행동주의란 이름이 대표적이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최근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인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소액 주주와 일반 주주 처지에서는 최규옥 회장 체제보다는 MBK파트너스·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 체제가 더 이해에 부합한다”며 지배구조(거버넌스)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를 상대로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과 주주환원 확대, 사외이사 추천 등을 요구하고 있다. KT&G는 이를 거부, 양측의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카카오 및 현 에스엠 경영진 등과 손잡고 최대주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하지만 10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대형 K팝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먹튀·고용불안 등 우려는 여전

PEF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산 속에서도 ‘먹튀’,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몇몇 펀드는 경영능력 부족으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단기 매각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 PEF에 투자하는 LP(유한책임사원)의 심사 강화와 PEF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기업자산을 보호하도록 하는 의무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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