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SM 떠났던 민희진, 다시 SM行?…SM 경영권 분쟁 ‘막전막후’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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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눈물을 흘리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떠나 하이브로 향했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다시 SM으로 돌아갈 상황에 처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최근 격화한 SM 경영권 분쟁에 하이브가 등판하면서 뒤바뀔 판도가 예고됐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SM을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SM경영권 분쟁의 막전막후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사진제공=얼라인파트너스)
▲(사진제공=얼라인파트너스)

얼라인 압박으로 입지 줄어든 이수만…가처분 신청하며 1차 반격

10일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352만3420주)를 주당 12만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로써 하이브는 SM 최대 주주로 우뚝 섰게 됐는데요. 여기에 소액 주주들의 보유 지분도 공개 매수한다고도 발표했습니다. 12만 원과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 매수를 다음 달 1일까지 진행, 25%의 지분을 추가 확보할 방침입니다. 최종 SM 지분 40%를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거머쥐겠다는 것이죠.

하이브의 SM 인수 결정은 SM뿐 아니라 국내 음악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이미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만큼, SM을 산하 레이블로 편입하는 등 SM이 기존 발표한 사업 계획안과 다른 방향으로 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SM 이사 출신인 민 대표는 다시 SM과 한 지붕 아래 일하게 된 셈이죠.

이수만은 SM 측과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SM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죠. 앞서 이수만은 2010년 SM 등기이사에서 사임,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의 프로듀싱을 주도해왔습니다. 프로듀싱 명목으로 SM으로부터 매년 200억 원 이상씩을 수령했는데, 이는 SM의 연간 영업이익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개인 회사와의 거래로 자신이 창업한 회사로부터 수익을 챙겼다는 지적과 함께 내부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비판이 제기됐는데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얼라인은 SM 지분 1%가량을 확보, 지배 구조와 라이크기획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SM 경영진과 이수만을 압박했습니다. 부당거래, 지배 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 대표 소송에 나서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SM도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얼라인과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를 이사로 선임하는가 하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지난해 말 조기 종료했습니다. 계약 종료 후에도 얼라인은 기존 발매한 음반·음원 수익의 6%를 2092년까지 이수만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이른바 ‘황제 계약’을 추가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SM은 얼라인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수용, 이수만을 배제한 미래 사업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이수만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계획안의 골자입니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는 이달 3일 미래 사업 계획안 ‘SM 3.0: IP 전략-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이하 ‘SM 3.0’)를 선언하며 “SM과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계약은 종료됐지만, 여전히 주주로서 SM을 응원해주시는 이수만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수만의 퇴진을 공식화했죠. SM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수만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점을 못 박은 셈입니다.

여기에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수만의 SM 내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달 7일 SM과 카카오는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 주 규모(주당 9만1000원)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주당 9만2300원)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지분 인수 규모 총액은 2171억5200만 원입니다. 이로써 카카오는 18.45%를 보유하고 있던 1대 주주 이수만을 뒤쫓는 2대 주주로 거듭났죠.

이에 이수만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이사회의 시도를 봉쇄하고,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 법정 공방을 예고하기도 했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경쟁사 하이브 손잡았다…경영권 확보 위한 자구책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해 SM 등기임원들이 보유한 주식은 0.66% 수준입니다. 이수만의 지분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죠. 그러나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SM의 16개 기관투자자 대다수는 이수만 측에 우호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얼라인 측 감사인 선임에 찬성하는 등 오히려 이수만과는 대립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카카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 9.05%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수만의 SM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수 있습니다.

이수만은 이에 대항해 비장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하이브를 파트너로 낙점한 것입니다. 사실 하이브는 2020년 이수만이 자신의 지분을 시장에 내놨을 때부터 SM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왔습니다. 당시 이수만은 후발 주자지만, 강력한 경쟁자인 하이브 측의 인수 시도를 경계, 카카오, CJ ENM과 협상을 진행해왔죠. 그러나 3년간 이견이 오가며 진척이 없었습니다. 이후 카카오가 SM 경영진과 손을 잡으며 양측간 갈등은 극에 달했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SM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수만이 하이브와 손을 잡으며, 뒤바뀔 판도가 예고된 것입니다.

하이브 측은 SM 인수에 대해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며 “하이브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이번 주식양수도계약(SPA) 체결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SM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달 15일 SM이 발표한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와 연계해 SM의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는 노력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죠.

향후 하이브는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설 예정입니다. 플랫폼을 통한 협업은 물론, SM 산하의 다양한 솔루션 사업들과 하이브의 기존 솔루션 사업들 간에도 시너지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제 경영권 분쟁은 최대 주주인 이수만-하이브와 SM 경영진-카카오-얼라인 간의 힘겨루기로 요약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참전에 SM 반발…“적대적 인수합병 반대”

하이브의 지분 인수 소식에 SM은 즉각 반발했습니다.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반대한다”며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 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 주주(이수만)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그러나 하이브가 기습적으로 이수만의 지분 인수를 공표하고 SM 최대 주주로 등극한 만큼,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습니다.

또 앞서 이수만 측이 제기한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인용된다면 카카오 측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이 무산, 지분 인수 계획을 새로 짜거나 경영권 분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주주들이 주당 12만 원의 공개 매수 단가를 어떻게 평가할지 여부도 경영권 분쟁의 관건입니다. 주당 12만 원은 전날(9일) 종가(9만8500원) 대비 21.8% 높은 상황인데요. SM 인수를 추진해온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에 나서며 대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체결했기에, 실탄도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미 이수만-하이브와 SM-카카오-얼라인의 대결 구도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SM은 다음 달 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60%를 넘기 때문에 양측은 이 자리에서 소액주주를 설득해 표 대결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사실 이익 실현이 목적인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업계 ‘1위’인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SM 측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도 예상되죠. SM을 둘러싼 공방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거대한 ‘머니게임’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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