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분기 이후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하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지난 1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최대 1%까지 인하했고, 이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고시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고객 우롱하는 가산금리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겉으로는 금리인하 방침을 내새우면서 실제로는 고금리 대출을 채찍질하며 고객을 우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평균 가산금리가 높은 영업점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고금리 대출을 유인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이 지난 1일 고시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19~4.69% 수준으로 기준금리인 CD금리 2.43%를 뺀 가산 금리는 0.76%~2.26% 사이이다.
그러나 내부 평가 지침에 따르면 고시된 가산금리 최고치인 2.26% 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경우 영업점 평가 가중치가 두 배이상 높아진다. 결국 영업점에서 고시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개인영업부 관계자는 "모든 고객에게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신규고객 등 일부 고객에 한해 상대적으로 가산금리를 높게 매기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가산금리 적용은 미세한 방법론의 차이는 있겠으나 다분히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시중은행의 동일하게 관행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시 금리만 인하 '생색내기'
이처럼 고객을 우롱하며 고시금리보다 가산금리를 높게 책정해 온 것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36% 수준로서 CD금리 2.7%에 2.66%의 가산금리를 적용했다.
이는 당시 은행들이 고시한 2.2% 수준보다 0.5% 가까이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한 셈이다. 결국 시중은행들의 고시금리는 말 그대로 참고사항일뿐 수익성 극대화에 내몰리는 영업점으로서는 높은 가산금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은행들이 외형경쟁에 치중하면서 고시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금리로 대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면서 "지난해 이른바 '리먼사태' 이후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지점 평가에서 수익성 평가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CD금리와 조달금리의 격차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어서 이같은 지점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월급통장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은행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적용도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고객들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결국 은행들은 '수익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고금리 대출을 채찍질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출고객들의 주름살은 쉽게 펴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