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이든 국정연설에 북한이 패싱된 이유

입력 2023-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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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경제부 기자

장장 72분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빌 클린턴의 2000년 국정 연설(약 89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국정 연설을 했다.

2024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무대였다. 긴 시간만큼이나 그의 연설에는 그간의 경제·입법 성과와 함께 국제 이슈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 중국에 대한 경고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그러나 1시간이 넘는 바이든의 연설에 북한과 한국 등 한반도 문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혼란이 극심했을 때 한국을 애타게 찾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특히 북한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패싱’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8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포함해 41차례에 걸쳐 역대 최다인 73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였지만 그야말로 ‘관심 끌기’에는 실패한 셈이 됐다.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에 단호히 대응하려던 한국 역시 이번 국정 연설이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이렇다 할 대북 성과가 없어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고자 했던 것을 감안해 일부러 북한을 ‘패싱’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이든 관여든 사실상 북한 문제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바이든의 연설 이후 북한의 유례없는 도발 행위에도 이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에 대해 “간과되지 않았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해 9월 미국 출장에서 만난 주요 싱크탱크들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거대 외교 이슈에 함몰된 작금의 상황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 관련 정책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 인권특사를 6년간 공석으로 방치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나마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줄리 터너 국무부 과장을 해당 직책에 임명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크게 의미 부여를 할 상황은 아니다..

국제 질서는 냉혹하다. 지금과 같이 대국을 중심으로 한 복잡한 정세 속에서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치열하되 냉철한 외교가 절실하다. 한미동맹으로 얻을 것은 얻되, 그로 인한 주변국과의 마찰과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한 변수도 섬세하게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better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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