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기업-지역소멸의 악순환
2023학년도 대입수시모집에서 지방에 위치한 4년제 대학 130곳의 미등록 인원은 3만3270명에 달했다. 서울권 대학의 수시 미등록 비율이 3%인 반면, 지방대는 18.6%를 기록했다. 수시에 이은 정시모집에서도 지방에 위치한 14개 대학, 26개 학과의 지원자 숫자는 0명으로 나타났다. 지방대는 지금보다 내일을 더 걱정하는 형국이다.
일부 지방대는 신입생 확보를 위해 장학금, 아이패드, 스마트폰 제공을 약속한다. 입학정원이 미달되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지방 사립대는 재정 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재정 악화를 겪는 대학이 문을 닫게 되면 지역의 인재풀과 수요는 차례차례 감소한다. 지방대가 사라지면 지역의 기업이 사라지고 그 결과 지역은 소멸한다.
지방대 위기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손꼽힌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학생 수 그리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25년부터 대학 지원금 2조 원 이상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이 대학의 위기는 도시의 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대학을 키워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고 해당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해 정주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갖고 있는 대학지원사업의 예산 중 절반에 가까운 2조 원을 지자체로 이전, 지역의 우수대학을 지자체가 평가 및 선정하고 교육부가 검토 후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또한, 교육부는 지역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방대를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도 선포했다. 2027년까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30개 안팎의 대학을 선정, 연간 200억 원씩 5년간 총 1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가고 싶고 학부모가 보내고 싶은 대학을 지역도시마다 최대 3개까지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에서 직접 우수대학을 선정한 후 교육부가 예산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기에 앞으로 지자체와 대학은 한층 더 지역도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방대는 이제 교육부 이외 지자체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네트워크를 쌓아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지자체에서 대학을 공정하게 평가, 선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역 인재가 지역에 남게 하려면
중요한 건, 지역의 우수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하고 해당 인재가 지역 기업에 입사, 정주하려면 지역에도 우수기업이 보다 많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거의 모든 계열사는 서울에 위치해 있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꽤 많이 이전했지만, 해당 지역의 우수인재를 흡수하기엔 역부족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생들은 해당 대학을 졸업하면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지방대 재학생 중 다수는 해당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하지만 졸업하면 정작 모두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려고 노력한다. 지역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역도시에는 일자리도 부족하고 인프라 시설도 미흡해 정주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대 또는 지역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해당 도시에 어떤 산업이 육성되어야 하고 어떤 기업들이 이전해야 하는지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글로컬 대학도 지역의 우수대학도 뿌리내릴 수 있다. 지자체가 거액을 들여 우수대학을 육성해도 졸업생들이 서울 그리고 수도권으로 떠난다면 지방대는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거론되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및 지방대 졸업생 추가채용 확대, 지역이전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지원 등도 실행될 필요가 있다. 지방대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의 자구책 외에 지역도시가 제공하는 문화적 인프라와 다수의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글로컬 대학은 그냥 탄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