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본지가 챗GPT에 이번 달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묻자 “제가 특정한 기준금리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합니다. 기준금리는 국가의 경제 상황, 소비자의 소비성향,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화하며, 정확한 정보는 한국은행 공식 웹사이트나 미디어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챗GPT도 알고 있듯이, 원칙적으로 한은은 경제지표를 들여다본 후 금리인상을 멈출지 더 올릴지 판단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취임 이후 ‘데이터’에 기반해 기준금리 결정을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달 금통위를 앞둔 상황에서 각종 데이터는 ‘동결’과 ‘인상’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결정에 어려움이 크다. 23일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의견이 ‘3대 3’으로 갈릴 경우, 결국 이창용 총재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1998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은 이후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사례는 2001년 7월, 2006년 8월, 2013년 4월 등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1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거의 3대 3 수준으로 갈렸다. 한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은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진입한 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23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인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다면 기준금리 역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다면, 한 차례 더 베이비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
동결 쪽에 우세를 줄 수 있는 데이터는 국내 경제성장률이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11월 경제전망 후)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의 지표로 볼 때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 1.7%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클 듯하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0.3%포인트(p) 내렸다. 우리나라 1월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인 약 12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달 1~10일 무역 적자도 5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고, 같은 기간 우리나라 주력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40.7% 감소했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세 속에 ‘영끌족’의 이자부담이 불어나면서 실물 경제 불안이 금융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관측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MF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0.4%p 높였다.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올해 5%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한은이 11월 경제전망에서 예상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4.5%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고 인플레이션 둔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며 경기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역시 기준금리 결정의 핵심 데이터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물가 상황이 올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전기요금과 가스비 등 공공요금 오르는게 더 큰 문제인 건, 사업장과 음식점 등에서 요금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역시 다시 꿈틀대고 있다. 미국 1월 미시건 소비자신뢰지수는 66.4를 기록하며 전월과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여기에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2%로 전월(3.9%)보다 높게 나타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행보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조성됐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발표될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진정되지 않거나 2월 고용이 기대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더 올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이미 1.25%p까지 벌어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게 된다. 여기에 공공요금 중심의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4%까지는 아니어도 3.75%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