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 회사 지분 매입, 웃돈 주고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과 동일 효과
금융당국, ‘M&A시 일반 주주 보호 방안’ 도입 전부터 구멍 뚫렸나
정부가 기존 대주주만 누리던 특권적 혜택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준비하자, 시장에서는 ‘꼼수 인수·합병(M&A)’이 의심되는 거래들이 등장 중이다.
이 같은 M&A 방식은 두 차원에서 진행된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에게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하면서 표면상으로는 개미(개인 투자자)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주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동시에 인수자는 대주주가 가진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고, 이 거래에서 대주주에게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때 못 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주는 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10일부터 M&A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 매수 중이다. 이번 매수는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된다. 매수 가격은 12만 원으로 매수 예정 수량을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595만1826주)다.
앞서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가진 지분 14.8%(352만3420주)를 주당 12만 원에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즉 일반 주주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팔고 나갈 수 있는 공개 매수 가격과 이 전 총괄로부터 사들인 주당 가격이 같은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간 대주주에게만 20~30%의 웃돈을 얹어주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설명서를 공시하면서 “최대 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인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리미티드의 지분 및 주식회사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지분을 매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1년 말 기준 이 전 총괄은 에스엠브랜드마케팅 지분 41.73%를 소유하고 있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인수 가격을 밝히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매 때 계산 안 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자회사 인수 거래로 넘긴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 관계자는 “이 전 총괄과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가격이 공시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드림메이커와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은) 하이브와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지분을 인수키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UCK컨소시엄(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의 상황도 유사하다.
지난달 21일 UCK컨소시엄은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가진 보통주식 144만2421주(잠재발행주식 총수의 약 9.3%)를 주당 19만 원에 매수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 및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같은 달 25일부터는 일반 주주 등을 대상으로 최 회장과 같은 가격에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이다.
또 UCK컨소시엄은 최 회장이 가진 오스템임플란트의 종속회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918억 원을 지급했다. 최 회장의 특수 관계인에게는 46억 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주요 종속회사 중 하나인 미국 판매법인의 기업 가치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1.4배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인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에 적용한 기업가치(EV)/EBITDA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종속 회사 지분을 (거래에) 끼워 넣어서 (최 회장에서) 1000억 원을 더 먹여주는 거래 형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UCK컨소시엄 측은 오너 일가가 주요 자회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할 경우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딜에 IB 업계 관계자는 “한쪽(공개매수 대상 기업)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줄이고, 다른 쪽(종속 회사의 매매대금을) 늘리면 시장에서 알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 10일 UCK컨소시엄이 진행하는 공개 매수에 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UCK컨소시엄의 공개 매수는 성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