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나토ㆍ필리핀과 협력 강화하는 일본

입력 2023-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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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1월 31일 도쿄에서 회담하면서 양측의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기시다 총리와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행동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세계는 역사적 전환기의 한가운데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렵고 복잡한 안보 환경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방일 목적 중 하나는 일본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였다. 현재 일본에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이 있다. 이에 그동안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은 방탄복, 헬멧 등이었고, 게다가 자위대가 사용한 중고품이었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 3원칙을 대폭 수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올여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전투가 계속될 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방일에 앞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가진 강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할 것을 호소했다. 한국은 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일본보다 상당히 깊이 있는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미국에 탄약을 팔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을 경유하는 형태로 사실상 군사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폴란드에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대량 판매하는 계약도 맺은 상태다. 이는 한국의 적극적인 국방산업 진흥책의 일환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폴란드를 측면에서 돕는 형태다.

 한편 기시다 총리와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 담겼다. 일본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점은 만약 대만에서 군사적 문제가 일어나면 일본이 중국과의 교전을 피할 수 있는지다.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안보 3문서’를 각료회의에서 결정하면서 ‘반격 능력’ 보유를 명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이미 네 차례나 대만 방위 의무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와는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위대는 대만 인근에서 활동하는 미군에 대한 보급 지원과 구난 등의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일본은 ‘존립위기사태’를 선포하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즉, 일본은 동맹국 군대를 지키기 위해 중국군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미·일 동맹을 강화해 중국이 대만 침공을 단행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군이 미군과 교전할 경우 일본도 자동으로 전투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각종 지원은 해도 교전은 피하는 나토와 같은 행동을 취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언젠가는 일본 정부가 국민에게 다음 두 가지를 놓고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자국 방위에 중심을 둔 방위 전략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미·일 동맹에 중심을 둔 전략을 취할 것’인지다. 어느 전략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자위대의 능력 강화 내용과 배치, 미·일 공동훈련 내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하는가? 이런 이야기는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 장관이 한국과 필리핀을 순방했다. 한국은 규슈에서 필리핀을 지나 남중국해를 감싸듯 뻗어 나가는 제1열도선 안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필리핀도 제1열도선 바로 옆에 위치한다. 미국은 대만 유사시 해·공군이 일단 중국군의 공격권 밖으로 대피하는 동시에 제1열도선 상에 배치한 해병연안연대를 발판으로 반격 작전을 펼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전해진다. 오스틴 국방 장관은 일본에 더해 한국과 필리핀에도 같이 싸우라고 촉구했을 수 있다.

 이와 보조를 맞추듯 기시다 총리는 2월 9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 방위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4월 첫 외무·방위 담당 각료 협의(2+2)를 도쿄에서 여는 등 안보 협력관계를 최근 강화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번에 자위대가 필리핀에서 재난구호활동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특히 일본과 필리핀은 군사 방면에서 인적, 물적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협정인 ‘원활화 협정’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해 호주, 올해 1월 영국에 이어 필리핀과도 협정을 맺으면서 한국에도 이를 요청할 수 있다. 이것이 한·일 군사동맹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실상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국민의 60% 이상이 대만 유사시에 미군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의회에서 미군의 대만 투입이 부결된다면 미국은 본격적인 전쟁 개입을 하지 못하고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에 대만 방어를 맡길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런 사태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논의를 충분히 해 두어야 한다.

 대만 사태에 한국군이 투입되고 그 공백에 무엇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무섭다. 최상의 방법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억지력을 강화하는 목적이 전쟁 방지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쟁을 하기 위해서 동맹을 강화하고 억지력을 강화한다면 그런 노선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임을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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